수필가
이 성 범

좀 오래된 영화이지만 우리는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먼이 출연한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억울하게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된 빠삐용은 위조지폐범 드가를 만나 우정을 나누던 중 탈옥을 시도하다 실패를 한다.
그로 인해 2년 동안 끔찍한 독방생활을 하지만 빠삐용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다시 탈출을 시도한 빠삐용은 또다시 붙잡혀 5년 동안 독방 생활을 하게 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결국 가장 끔찍한 감옥으로 가는데 그곳은 악마의 섬이라고 불리는 무인도이다.
하지만 그는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무인도의 감옥에서도 연구를 거듭한 끝에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무릇 이 영화는 한 인간의 자유에 대한 절절한 갈망을 심도 깊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빠삐용은 독방 생활 중이던 어느 날 꿈을 꾼다. 빨간 망토를 입은 심판관 앞에서 자기는 사람을 죽인 일도 없고 사나이답게 떳떳하게 살아왔노라고 거세게 항변을 한다.
그러나 심판관은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너는 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허비한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라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너는 유죄다. 라고 말이다. 그러자 빠삐용은 인생을 낭비한 죄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사라진다.
참으로 이 장면은 몹시 인상적으로 기억이 된다.
그토록 자신의 살인죄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하던 빠삐용도 심판관의 이런 지적 앞에 꼼짝 못하고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이것을 받아들이고 마는 것이다.
이 장면을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염라대왕 앞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이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그 장면을 이야기 할 것이다. 이처럼 인생을 낭비한 죄 라는 말이 우리모두의 가슴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잊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물론 인생을 낭비한 죄란 틀림없이 현실의 법에는 없는 죄목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죄가 적용되지 않지만 저승의 판관으로 비유된 양심의 심판관은 가차 없이 유죄를 선고한다.
우리는 이 말의 깊은 뜻을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분명 시간은 곧 생명이며 열정은 우리 삶의 원동력인데 그 귀중한 것을 우리는 매일 낭비하고 지내지 않는지 냉철하게 자문자답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우선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하루 하루에 의미와 보람을 갖고 살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삶을 낭비하지 않는 또하나의 비결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향해 몰두하는 것이다.
목표를 가진 인생은 결코 흐트러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세월이 많이 지나 뒤돌아보면 인생은 너무나 짧은 것처럼 느껴진다.
되돌아 갈수도 없고 연습도 없는 인생길에서 의미 없는 방황과 나태로 일관한다면 그 사람은 짧은 삶의 허무와 더불어 인생의 의미조차 무의미한 채 인생의 막을 내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막대한 재산도 엉터리 관리자가 지니면 순식간에 탕진하지만 적은 재산이라도 제대로 된 관리자가 지니고 있다면 오래도록 바닥나지 않고 오히려 재산을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참으로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걸맞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
우리 모두 조금이라도 인생을 낭비한 죄를 벗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