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정유재란(丁酉再亂)그리고 백의종군

이미 이순신은 죄인이었다. 한 번도 패전을 한 적이 없고 승전한 한 장수를 죽이려고 한 까닭은 무엇일까?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면 원균에 대하여 언급한 글이 여러 곳에 보인다. 원균에 대하여 좋은 점을 적은 것이 없다.
이순신과 원균은 전쟁 초기에는 경쟁과 협조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많다. 개전 초기에는 원균에 대하여 사실 기술에 그치다가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균에 대한 글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이순신과 원균이 만나면서부터 갈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원균에 대하여 구체적인 기술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상당히 불편한 존재로 기술하고 있으며 『난중일기』를 통하여 변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592년 5월 3일. 우수사 원균이 온다고 좋아하였으나 군관을 시켜 알아보니 원균이 탄 배가 아니라서 크게 실망했다.
●1593년 2월 28일. 정찰배 두 척이 섬에서 들락날락하는 것을 수상해 두 배를 잡아매어 원균에게 보냈더니 원균이 크게 성을 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원균이 군관을 보내어 고기잡이들의 머리를 베어 오라고 시켰던 까닭이다.
●1593년 3월 2일. 이영남과 이여념이 와서 원균이 옳지 못한 일들을 이야기 하였다.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다.
● 1593년 5월 14일. 경상우수사 원균이 나타나 술주정을 하며 배 안의 모든 장병들이 분노하였다.
●1593년 5월 15일. 윤동구가 그의 대장 원균이 임금에게 보낸 글 초본을 가지고 와서 보이는데, 그의 해괴망측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 1593년 6월 10일. 새벽 두 시 경에 원균 경상우수사의 편지가 왔다. 내일 새벽에 나가 적을 치자는 내용이었다.
원균의 시샘과 잔꾀를 어찌 말로 다 할까 그에 대한 답장은 보내지 않고 네 고을 균량에 대한 공문을 만들어 보냈다.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순신과 원균의 애증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선조가 이순신을 미워하고 죽일 생각까지 하는 데에 누군가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난중일기’ 1593년 5월 15일의 기록에 적혀 있는 『윤동구』가 그의
대장 원균이 임금에게 보낸 글 초본을 가지고 와서 보이는데, 그의 해괴망측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부분에서도 일부 증명할 수 있는 사료(史料)로 볼 수 있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되었을 때 선배인 원균의 입장은 난처했다.
경상우수영을 버리고 도망한 패장이었고 경상우수영은 전라좌수영보다 규모가 크고 상위의 진영이었으며 이순신이 나이도 어렸다. 이순신을 바라보는 원균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었다. 자신이 상위부대의 수장이었고 연배도 높은데 이순신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 원균의 심사를 뒤틀리게 했다. 원균의 잇단 상소와 파당정치의 산실인 조정의 당파싸움에 휘말려 이순신은 죄인의 몸이 되었다. 유성룡, 이원익 등이 상소를 올려 이순신이 죄가 없음을 건의했지만 선조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순신은 한산통제영에서 체포되어 소가 끄는 함거에 실려 한성까지 압송되었다. 이순신이 지나는 길목에는 백성들이 몰려들어 통곡을 했다. 이순신을 체포하여 한성으로 이동 한 날이 1597년 2월 26일이었고 도착한 날이 3월 4일이었다. 당시 이순신은 53세로 노쇠한 나이였고 한성에 도착하자마자 심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순신을 죽일 혐의는 찾아내지 못하였고 약 한 달만인 1597년 4월 1일에 풀려났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생은 하지만 혼자서 걸을 수 있을 정도인 걸 보면 가혹한 고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출옥한 날 『난중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옥문을 나왔다. 슬픔을 이길 길이 없다.

이순신의 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슬픔을 이길 길이 없다는 표현에 많은 뜻이 담겨있다.
옥문을 나서는 이순신에게 많은 사람들이 직접 또는 사람을 보내 위로를 하였다.이순신 은 이날 위로하러 온 사람들이 가지고 온 술을 『억지로 마시고 몹시 취했다』고 적고 있다. 가슴이 정말 허한 날은 술맛도 없다. 왕권이 시퍼렇게 살아있어 오직 왕만이 발언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비통한 마음에 가슴이 저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