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조선수군(水軍) 바다를 장악하다

기적 같은 일이 조선의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평상시에 전쟁을 준비하고 원칙을 지킨 이순신의 승리였다.
모두가 도망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이순신은 물러서지 않았다. 준비하고 승리를 맛본 자의 당당함이었다.
이순신이 옥포만 에서 첫 승리를 거둘 때 임금은 이 소식을 알지 못하고 북쪽으로 피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묵묵히 조선의 남쪽바다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옥포해전과 적진포 해전에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 이순신 함대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남해바다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전라도의 바다는 이순신이 경상도의 바다는 일본 수군이 점령하고 일촉즉발 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임금은 평양에 피신해 있었다. 이순신의 승전보가 도착하기 전에 일본의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가 평양에 먼저 도착해 조선임금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우리 수군 10만이 또 서해로부터 도착할 것입니다. 조선의 왕께서는 또 어디로 가실 예정입니까 ?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수치심이 치밀어 올랐지만 누구도 위안의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전쟁은 끝났는데 또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비아냥거림 이었다.
원래 일본군은 수군과 육군이 합세하여 서해바다를 통해 평양을 공격하려는 작전이었다.
일본군은 작전계획을 당당하게 알림으로써 조선조정을 가볍게 여기고 하는 행동이었다. 임금은 평양성을 버리고 피난의 길을 택한다.
일본군은 평양에 무혈입성 하였으며 조선천지 어디에도 안전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더 이상 임금과 조정의 대신들이 갈 곳이 없었다.
이제는 명나라로 넘어 가아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때 남해로부터 조선을 구하는 파발이 도착한다.
이순신의 함대가 일본수군을 대파했다는 소식이었다. 임금과 조정대신 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반면 평양을 점령한 고니시 유키나가는 일본수군의 패배는 한 쪽 팔을 잘린 격이었다. 지원군이 없는 상황에서 평양을 떠나 계속 공격하기는 어려웠다.
조선군은 전라도와 충청도를 보전하고 황해도와 평안도를 지킬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조선전체를 놓고 보면 절반의 바다와 절반의 육지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형상의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5월29일이 되었다. 이날은 거북선이 처음 전투에 투입된 날이다.
이순신이 장계 (狀啓 왕명을 받고 지방에 나가있는 신하가 자기 관아의 중요한 일을 왕에게 보고하던 일)에는 거북선의 모습이 언급되었다.

“신은 미리 왜적의 침입이 있을 것을 걱정하여 거북선을 만들었습니다. 앞에는 용머리를 붙이고 그 아가리로 대포를 쏘며 등에는 쇠못을 꽂았습니다. 안에서는 밖을 내다 볼 수 있고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했습니다. 적선이 수백 척이 라도 쉽게 접근해서 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번 싸움에는 돌격장이 거북선을 지휘했습니다.“

연전연승이었다. 일본수군은 이순신의 함대만 보면 도망가기 바빴다.
조선수군의 장수는 이순신으로 바다를 읽고 있고 귀신과 같은 존재라 이길 수 없다는 소문이 일본과 조선에 퍼져나갔다.
일본군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고 조선군에게는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다. 스포츠경기에도 그렇듯이 전투에도 기(氣) 싸움이라는 것이 있다. 겁에 질린 장병은 싸우기 전에 패배한 것이다.
이러한 이순신의 활약에 힘입어 육지에서도 권율장군의 행주대첩과 전국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나주에 김천일, 광주에 김덕령, 담양에 고경명, 의령에 곽재우, 묘향산에 서산대사 등 이 대표적 인물이었다.
대체적으로 육지에서는 일본군이 우수했다. 일본군은 무사집단으로 전쟁경험이 풍부했으며 조총과 칼을 잘 다루었다.
반면 바다에서는 거북선과 판옥선을 앞세운 조선수군의 이순신의 함대가 장악하고 있었다. 일본수군은 싸우려 들지 않고 도망가기 바빴다. 지루한 전쟁이 이어지면서 임진왜란 은 점점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거북선(龜船)이 처음 전투에 참가한 것은 1592년 5월29일 사천해전이며 이순신의 제작지시에 따라 군관 나대용(羅大用)이 건조하였다. 전투 시 에는 주로 돌격선 으로 활용되었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