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조선수군(水軍) 승리하기 시작하다

이순신의 수군은 일당백의 신출귀몰하는 백전백승의 부대가 아니었다. 약점과 보완할 점이 많은 부대였다.
이순신은 부대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하여 영(令)이 서도록 도망하는 수군을 붙잡아 처형하기도 하고 군기를 흩트린 자는 징벌을 내리기도 했다.
이순신의 수군은 전장에서 한번 도 패하지 않았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이순신은 선봉에 섰고 장병들은 이순신의 지휘에 따라주었다. 이순신이 살아있는 동안 승리는 조선수군의 것이었다.
이순신 없이는 조선 수군이 없었고 조선 수군이 없는 이순신은 생각 할 수 없었다.
이순신이 전쟁경험이 없고 약점이 많은 군대를 가지고 전쟁에서 항상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솔선수범과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전쟁에 임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의 첫 번째 해전은 옥포해전으로 이순신의 조선수군과 일본수군의 정면으로 마주친다.
조선은 삼면(三面)이 바다였고 일본은 전면(全面)이 바다였다. 일본을 통일한 일본군은 전투경험이 많은 무사집단으로 대륙정복의 꿈에 부풀어 있었으며 사기가 충천한 상태였다. 반면 조선수군은 싸울 준비 가 미흡한 상태로 병력도 부족 하여 누가 봐도 승리는 일본군의 것이었다.
여수의 전라좌수영에 동태를 살피던 이순신 함대가 발진했다. 출전 전날 「난중일기」에는 아침 내내 가랑비 라고 적고 있다.
이날 이순신은 전장이 무서워 자기 집으로 도망한 여도수군 (呂島水軍) 황옥천을 잡아다가 목을 베었다고 적고 있다.
전체가 살기위해 군율을 어긴 자 는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투에 이기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켜야 했다. 전쟁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순신과 조선수군은 전투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출전하는 함대에서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승리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순신 함대 는 비장한 마음으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바다를 가르며 날렵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날이 1592년 5월4일 새벽4시경이었다. 이날 까지 조선군은 일본군을 상대로 한번 도 승리다운 승리를 해보지 못했다.
이순신의 전라좌수영 수군 규모는 판옥선(전투함)24척 협선(전투함을 도와주는 보조선)15척. 포작선(해물을 채취하기 위한 어선)46척 정도였다. 함대는 경상도 쪽 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순신은 사간원의 반대 등 온갖 어려움을 딛고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래 전쟁을 대비했다.
성공이나 승리는 준비된 자의 몫 이다.
인생 을 살면서 위기도 닥치지만 미리 준비한 자는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 이순신은 전쟁에 대비하면서 비장의 무기인 거북선을 제작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 거북선에 올라 지자포와 현자포를 시험 발사 했다는 내용이 「난중일기」에 생생하게 적혀있다.
여수의 새벽을 열며 출전한지 3일째 되던 날 이순신의 함대는 옥포만 에서 일본수군과 역사적인 첫 전투가 벌어진다.
전투경험이 없고 일본군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조선 수군은 두려움이 엄습해왔고 긴장감으로 몸이 굳어졌다.
반면 일본 수군은 부산진에서 경상좌수영과 우수영을 궤멸시킨 승리감으로 자만심이 가득했다.
일본수군이 먼저 가까이 다가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일본함대의 모습이 드러나고 함대 위 선상의 일본수군의 윤곽이 들어나자 먼저 조선함대의 총통에서 기습적으로 불을 뿜었다. 기세등등하게 접근하던 일본군선에 구멍이 뚫렸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조총과 화살이 교차하고 이순신은 선봉에 섰다. 조선 수군은 전투가 치열해질수록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리고 예상외로 전투는 조선군의 일방적 승리였다. 이 날 옥포만 에서 일본군 대선 13척 중선6척 소선7척을 수장시켰다.
이순신 함대의 최초의 해전이며 최초의 승리였다.
다음날은 적진포(赤珍浦 경상남도 통영시 광도면 적덕리)에서 일본함대 13척을 격침시켰다.
이제 남해는 서서히 이순신의 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승리의 시작이었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