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중학교장. 수필가
이 성 범

일찍이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이란 탄생(Birth)과 죽음(Death)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Choice) 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탄생과 죽음이라는 이 두 가지는 우리 능력으로 통제할 수 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태어나는 시간이나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죽는 시간도 내가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의 시작과 끝은 같지만 삶의 모습이 다른 까닭은 바로 탄생과 죽음사이에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태어날 때는 누구나 똑같이 어느 집의 아들과 딸로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학자, 공무원, 사업가, 예술가, 종교인, 전문가, 존경받는 사람, 존경받지 못한 사람 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천차만별의 모습이 되는 것은 선택한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삶이란 선택의 연속에서 이루어지고 그 선택의 총합계가 우리 인생의 모습을 결정짓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수많은 선택 중에서 어떤 것이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는 사소한 일 하나가 내 인생의 물줄기를 바꿀 수도 있고 그런가하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일화기 있어 불현 듯 뇌리를 스친다. 젊은 학생 둘이 시험공부에 시달리다가 주말이 되자 스트레스를 풀러 가자며 노름판으로 가는 도중 교회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 그날 교회의 설교 제목이 공교롭게도 죄의 값은 사망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학생은 그 설교제목을 보고 생각을 바꾸어 예배당으로 들어가고 또 한 친구는 곧바로 노름판으로 갔다고 한다.
그 후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예배당으로 들어갔던 그 소년은 대통령 취임식장의 주인공자리에 앉아 있게 되었는데 노름판으로 갔던 학생은 감옥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 제22대 클리브랜도 대통령에 대한 실제이야기이다. 그 당시에는 노름판이냐 교회냐의 선택은 별로 그렇게 중요한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이 그들의 운명을 그렇게 바꾸어 놓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토록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소한 선택의 하나가 어쩌면 내 운명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등학교 때 국어시간에 배운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 의 ‘가지 않은 길’ 이라는 제하의 시(詩)가 가끔은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한다.

노란 숲속에 난 두 갈래 길
아쉽게도 한 사람 나그네
두 길 갈 수 없어 길 하나
멀리 덤불로 굽어드는 데까지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곤 딴 길을 택했다. 똑같이 곱고
풀 우거지고 덜 닳아 보여
그 길이 더 마음을 끌었던 것일까.
하기야 두 길 다 지나간 이들 많아
엇비슷하게 닳은 길이었건만.

그런데 그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발길에 밟히지 않은 낙엽에 묻혀 있어
아, 나는 첫째 길을 후일로 기약해 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법이라
되돌아올 수 없음 알고 있었다.　

먼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려나
어느 숲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덜 다닌 길을 갔었노라고
그래서 내 인생 온통 달라졌노라고.

참으로 이 노래는 우리의 삶의 여정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우리의 삶의 여정은 순간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작게는 매일 입을 옷이나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자기의 가치관을 결정하고 나아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중대사까지 말이외다.
그런데 내셔날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150여 차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고 한다. 이 중에서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은 30차례, 올바른 선택이라며 미소 짓는 것은 불과 5차례도 안된다고 한다.
어떤 선택도 "후회"와 "미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위의 시처럼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영국시인 존 밀턴은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게 마련"이며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했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훗날 가지 않은 길을 바라보며 한숨 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지혜로운 선택을 하여야 하며 그리고는 자신이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쩌면 비록 그 길이 험난할지라도, 그 길을 택한 용기의 의미와 선택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인생의 길 끝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