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중학교장. 수필가
이 성 범

자연은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다. 바람과 하늘 그리고 파도가 내는 소리는 그 어떤 음율 보다 아름답다.
숲과 나무 계절이 내는 빛깔은 그 어떤 채색보다 매혹적이다. 자연은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준다. 인간은 자연의 품에 안길 때 비로소 안식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그러기에 자연은 치유의 어머니이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인간의 마음은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대지 위에 만개한 꽃들은 다음 생애 푸르름을 낳고 대지는 생명의 양식을 창조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오염된 세상을 깨끗이 씻어주고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알린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새 이런 자연의 위대함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시간은 너무나 오래된 과거가 되었다. 생활 속 낭만과 여유는 문명의 이기와 바꾸었고 푸르른 숲과 녹지는 편리한 도시 생활과 바꾸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품을 떠난 어린아이 마냥 우리는 늘 자연을 동경하고 그리워한다. 강물과 숲이 있는 고향집을 방문하는 도시인의 기분처럼 자연은 늘 우리에게 설렘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도시 속 잃어버린 낭만을 찾는 일은 또 하나의 삶의 여유가 된다. 무엇보다 단단해진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속세를 떠나 자연에 몰입하여 봄을 완상하고 인생을 즐기는 지극히 낙천적인 성격의 노래들이 많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아마도 정극인님의 상춘곡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정극인님의 '상춘곡'은 송순님의 '면앙정가'로 다시 정철님의 '성산별곡'으로 맥을 이어져 왔음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정극인님은 상춘곡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초가삼간을 맑은 시냇가 앞에 지어 놓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주인이 되어 있도다.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드나무와 싱그러운 풀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푸르도다. 이 풍경을 조물주가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내었는가? 조물주의 신통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라고 말이외다.

그런가 하면 이기철님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라는 노래를 보면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라고 노래했다.

참으로 음미해 보면 볼수록 자신도 모르게 자연에 도취되어 풍월주인이 된 것 같다. 여기에 걸맞는 자연의 향연이 있으니 또 있으니 이름하여 청풍명월의 대향연인 제17회 청풍호 벚꽃 축제가 아닐 수 없다.
무릇 남한강을 거슬려 올라가다보면 청풍명월의 본향인 청풍호를 만나게 된다. 유유히 흘러가는 남한강 물길을 굽어보는 청풍문화재단지가 관람객을 맞는다. 천혜의 관광자원과 한방산업을 최적화하여 각종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의 힐링에 대한 로망을 채워 주는 제천,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반에서 지난 4월 10일부터 22일까지 사단법인 제천시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공연행사, 체험행사, 경연대회,전시행사,특별행사,부대행사로 꾸며져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진행했다. 특히 청풍호 주변에는 잘 조성된 비봉산관광코스 노래일과 활공장, 번지점프, 7개 코스의 청풍호자드락길 등이 인접해 있어 또 다른 볼거리와 체험을 통해 지친 삶의 안식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렇다. 메마른 나뭇가지 마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이른 봄이 지나면 연이어 눈꽃송이처럼 흩날리는 벚꽃이 터널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묵묵히 보여주는 자연의 변화는 인간에게 너무도 큰 기쁨의 선물이 되곤 한다.
그러기에 자연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은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해주고 있다. 참으로 한없는 은혜로움으로 베풀어 주는 자연 앞에 우리는 무엇으로 화답할 수 있을까!?이제 우리 모두 잠시나마 대자연의 향연 속에 삶의 무게에 짓눌린 허리를 조금이라도 펴봄이 이 또한 어떨는지 말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