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중학교장. 수필가
이 성 범

어쩌면 발달된 매스컴의 영향 때문일까요? 요즈음 세상은 그저 평범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것들은 경시하고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것을 더욱 평범하게 유지하면 할수록 점차 더욱 비범한 것이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어떤 기업이 7층짜리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각층마다 있는 사원용 화장실은 언제나 낙서로 지저분했습니다. 사장이 몇 번 직원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습니다. 사장은 내심으로는 여러분은 어쩜 그렇게 말을 안 듣는 바보들이요? 라고 소리치며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만약 직원 중 누군가가 이런 바보 멍청이를 선택한 건 바로 당신입니다 라고 대답해 버린다면 사장 체면이 뭐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사장은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그냥 단념해 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끝가지 단념하지 않은 사람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였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작은 메모지에 이런 글로 직원들에게 부탁하는 글을 써서 화장실 입구에 모두 붙였습니다. 여기는 저의 소중한 직장입니다. 제 소중한 직장을 낙서로 더럽히지 말아주십시오 라고 말입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랍게도 메모지를 붙인 다음날부터 낙서는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포기했던 사장도 놀라서 화장실에 가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화장실의 낙서는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참으로 음미해볼수록 가슴이 저미어 옴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청소하는 아주머니조차 화장실청소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포기했다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는 나에게 있어 화장실청소는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처럼 주위를 감동시키는 훌륭하고 중요한 일을 해 내실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값진 일을 하실 수 있었던 것은 즉 사람에게는 행동에 앞서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지위나 배움의 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역할이나 일을 어떤 자세로 할 것인가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3D라는 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말은 위험(Danger), 더러움(Dirty), 고됨(Difficult)이라는 세 가지 뜻을 함께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 자신이 일하고 있는 삶의 터전인 직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즉 본인이 3D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면 그곳은 어디든 상관없이 3D의 직장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이곳은 소중한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직장이든 훌륭한 삶의 터전인 일자리가가 되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스스로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 가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혹자는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관이 바뀐다고 말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일에 최선을 다함은 물론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의 터전인 현장에서 건전한 자존감으로 가득 찰 때 이사회는 보다 아름다운 사회로 수놓아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