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19세기 말에 근대화로 특징짓는 서양문물의 유입은 우리나라와 민족을 초라하게 만들었다.근대화는 우리보다 앞선 서양의 문명 탓에 수 천년동안 창조하고 유지하며 전승해 왔던 우리 고유문화까지 가치를 평가절하 해 버렸다.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된 것 중 하나가 화장기술이다. 황진이는 인삼 잎 담근 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즐겼고, 신사임당은 수세미 삶은 물을 미안수로 사용하였으며, 장옥정은 날콩가루를 세안제로 사용했다고 전한다.
삼국시대에는 잇꽃으로 만든 연지를 색조화장으로 볼과 입술에 사용하였고 굴참나무와 밤나무의 목탄에서 추출한 먹으로 눈썹화장을 했고 전한다.
백옥같이 희고 고운 피부를 가꾸고 유지하려고 애써 왔던 것이다. 천연물을 이용한 우리의 화장술을 접고 광물질이 주된 소재에 화학을 기반기술로 제조한 서양 화장품을 100년 동안 여인들이 선호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서양도 지난 세기말부터 안티에이징에 초점을 두어 화장품을 개발해 오고 있다. 장수하는 시대가 왔고 감추거나 포장하는 메이크업에서 피부관리로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ICT 강국에서 K-팝까지

반도체 D램을 자체 생산해 수출한 반도체산업을 한류의 효시로 보는 이도 있다. 가발 수출에서 시작한 한국의 산업혁명이 저렴한 인건비로 인해 단순히 다국적기업들의 OEM 기지로 선호했던 지역의 역할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반도체생산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컴퓨터, 휴대폰, TFT-LCD 등을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겨내면서 ICT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를 비롯한 첨단 ICT산업의 부품과 소재 생산국가로서도 자리 잡아 가기 시작한다.
첫 번째 한류로 봐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1991년에서 2003년 사이에 만들은 ‘사랑이 뭐길래’, ‘겨울연가’, ‘대장금’ 등 텔레비전 드라마는 중국과 일본의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드라마 한류의 시대를 열었다.
효와 가족애가 특별한 우리민족의 정서가 이방인들의 가슴을 열어젖힌 것으로 본다. 드라마 한류의 열풍은 아시아를 넘어서 미국과 유럽까지 불었다. 드라마 한류의 물결이 지구촌 곳곳에 파고들 무렵인 2000년대 중반에 K-팝이 또 다른 코리아 열풍을 이끌어 냈다.
 

이젠 K-뷰티다.

목동과 사냥꾼들이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식물성이나 동물성 기름을 몸에 발랐고 문신을 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집트에서 클레오파트라가 한 화장을 인류 화장의 효시로 본다.
그는 콜(Kohl)이라고 하는 화장품으로 눈 가장자리를 검게 칠했고 백납으로 피부를 희게 하였다.
콜은 아몬드 껍질을 구워서 만든 가루와 검은 방연광 가루를 향기 나는 나무기름에 섞은 것이며 백납은 광석에서 얻은 납 황화물, 구리규산염 등을 이용한 것이라고 전한다. 서양 사람들은 광물질 소재에 화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색조 화장품에 주로 의존해 왔다.
1970년대 이르러서야 피부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아 스킨케어 제품이 등장하고 비타민 E, 레티놀, AHA와 같은 비타민을 화장품 세계로 끌어들였다.
색조화장품(Make up)은 주름과 기미, 주근깨, 색소 침착 등을 가릴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으므로 노화를 억제하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스킨케어(Skin care)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더불어 과학과 기술도 발달해 왔다.

우리민족은 쌀과 옥수수, 조, 기장 등의 서속가루, 백합 꽃술 등을 미백제로 사용했고 팥과 녹두로 세안했으며 꿀 찌꺼기로 밑 화장을 했다. 복숭아꽃으로 여드름을 치료했고 콩, 팥, 면화의 꽃으로 기미를 예방하기도 했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동백기름을 발랐다. 참깨, 살구씨, 목화씨의 기름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했으며 사향노루에서 채취한 향으로 향낭을 만들어 지니고 다녔다.

역사와 문명은 늘 순환한다. 백제가 당을 통해서 전수한 연지제조 기술을 일본에 다시 건네주었듯이 이젠 우리 것을 서양으로 건네줄 때다.
첫째, 누구나 장수하는 세상이 와서 늙음을 멈추게 하거나 늦추는 기술이 절실해 지고 있다.
둘째, 아름다워지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피부를 챙기는 쪽으로 비중을 옮겼다.
서양에서는 늙지 않는 피부로 가꾸는 데는 화학기술만으로는 어렵다고 보고 비타민과 허브로 소재영역을 넓혔고 바이오테크, 나노테크를 기반기술로 추가했다.
독일에는 한약재를 원료로 채택해서 스킨케어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생겨났다. 한국 화장품산업은 개화기 이후 백 년 남짓 서양의 근대문명을 따라만 다니다가 비로소 제자리를 되찾았다.
곡물, 식물성 기름, 한약재 등 순수한 천연물에서 화장품 소재를 개발해 온 것은 자그마치 오천 년이나 되지 않던가. 서양의 화학기술과 비교해 K-뷰티라 일컬을 수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화장품 소재와 기술이다.
국산 화장품이 세계를 제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는 소재들로부터 효능을 제대로 뽑아낼 수 있는 한반도에만 탁월한 기후와 토질도 있다.
다만 서양은 아직 스킨케어보다는 메이크업(색조화장품) 의 성장률이 더 높다는 데서 시기적으로 다소 이른 감이 있다. 어쨌든 이젠 K-뷰티다.
 

K뷰티의 전진기지, 오송 화장품ㆍ뷰티 세계박람회
  
충청북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등과 공동으로 오는 5월 3일부터 24일간 KTX 오송역 일원에서 ‘2013오송 화장품?뷰티 세계박람회’를 개최한다.
화장품과 뷰티산업 분야 박람회로서는 정부가 직접 주관하는 세계 최초이며 기간과 전시 프로그램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오송박람회가 K-뷰티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북도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서 오송과 충북이 스킨케어에 특화하는 기능성화장품의 연구와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로 자리잡아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충북도는 뷰티산업 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해 나갈 것도 비전으로 정하고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람회 개최지 오송은?

충북은 이미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 녹색기술(GT- 차세대전지, 전기전자융합) 등을 신 성장동력 4대 전략산업으로 확정해 세부계획 확정과 산업 육성을 시작했다. 특히 바이오기술 (BT)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화장품 원료 산업의 근간이 되는 생명과학기술 관련 기관과 업체 유치에 앞장서 왔다.
국가 유일의 생명과학단지가 조성된 곳이고 충북도는 제2생명과학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으로 동북아 최대 바이오산업 집적지다.
바이오산업은 충북도 전략산업의 하나이며 이번 박람회도 바이오산업에 속하는 기능성화장품산업의 육성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