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중학교장, 수필가
이 성 범

오래전 일이다. 시 지역을 벗어나 가까운 인근지역학교로 자라를 옮기게 되었다.
발령을 받아 설렘과 두려움으로 새 학교를 찾았다. 교문을 들어서니 우선 잘 정리된 화단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그런데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끝내 가던 발걸음을 머물게 하였다. 검은 바탕에 흰 페인트로 정성들여 쓴 문구인데 학생이 등교할 때 전면에서 볼 수 있도록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와 또 다른 문구는 학생이 귀가 할 때 볼 수 있도록 ‘오늘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라는 문구였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심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맞아, 이 글은 학생들한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주신 참신한 메시지이구나 하고 나는 읽고 또 읽어 보았다.
마치 전에 보지 못한 신기한 것을 발견이나 한 듯이 좀처럼 그곳에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렇다. 우리부모는 기회 있을 때 마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뚜렷한 비전을 가지라고 쉽게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비전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 비전이 실현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하여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만약 그것이 실현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상(理想)이 아니라 한낱 공상(空想)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발은 땅에, 머리는 하늘에 두라고 말하지 않는가?
무릇 어느 누구도 아름다운 비전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소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행복한 삶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값없이 주는 선물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루하루의 삶에 무게를 더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하루하루의 삶이 마냥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무계획적인 삶이 아니라 진솔한 자기진단을 통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

일찍이 춘추전국시대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나는 매일 내 몸을 세 번 살핀다[吾日三省吾身]라고 하여 하루에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매일 매일 삶의 발자취를 마치 걸어온 눈길을 뒤돌아보듯 냉정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살펴보아 아름다운 결단을 통해 묵묵한 실천해야만 한다.
참으로 우리의 삶은 결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뜻하지 않는 폭풍우를 만날 수 도 있고 그런가하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짙은 안개를 만날 수 도 있다.
그래서 혹자는 간혹 인생을 항해하는 배에다 비유하기도 한다.
 

지금도 그 학교의 화단에 예쁘게 걸려있는 두 문구(文句)가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한다.
어쩌면 나의 방황된 삶에 있어 순간순간 귀한 인생의 방향키가 되지 않았나 한다.
그렇다. 이제 우리 모두 뚜렷한 삶의 목적과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삶의 지혜를 가질 때 우리의 삶의 질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