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임진년(壬辰年)이 시집 가는 새색시인양 재야의 종소리를 웨딩 마치(wedding march) 삼아 우리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며 우리 곁으로 다가선 것이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벌써 11 월도 끝자락에 서성이자 12 월이 성큼 다가서며 세월의 바톤을 넘겨 받으려고 눈알을부라리면서 손은 내민다.
이제 한 달후면 다사다난 했든 임진년 흑룡도 맡은바 소임을 다 하고는 세모(歲暮) 문턱에서 길다란 혀를 날름날름 거리면서 기다리고 있는 계사년(癸巳年) 뱀에게 세월의 끈을 넘겨주고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지?
흐르는 강물도 댐에 이르면 잠시 머물다 흐르거늘 어찌하여 세월은 잠시도 머무르지를 않고흘러가기만 한단 말인가?
세월도 강물처럼 흐르다 지치면 잠시 쉬었다 가면 좋으련만 세월의 사전에는 쉼이란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게 도깨비방망이라도 있다면
" 세월아 네월아 너도 잠깐 쉬었다가 가려므나 " 붙잡고도 싶지만도깨비방망이는 커녕 쥐뿔도 없으니 가는 세월을 무슨 수로 붙잡을 수가 있단 말인가?
여명이 밝아올 때가 가장 춥듯 11 월이 뒷태를 보이자 동장군이 북풍한설을 몰고와서 제 세상을 만난듯 기승을 부리건만 며칠 전부터 거리에는 추위는 아랑곳 하질 않고 앞으로 5 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제18 대 대통령 후보들이 메주 밟듯 전국을 누비면서 목에 핏대를 세우고는 국민들에게 꿀을 들어 부으며 자기가 적임자라고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들에게 속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꿀 같은 그들의 공약(空約)도 귓등으로 들으면서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듯 시쿤둥한 표정을 짓고는 불공 보다는 잿밥에 뜻을 둔 그들을 안타깝다는듯 서글픈 눈으로 쳐다 본다.
다른 것은 모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데 정치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치도 변하질 않고 왜 구태의연(舊態依然)한 길을 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하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이번 만은 훌륭한 동량지재(棟梁之材)를 뽑아야 나라가 번성할텐데 모두가 하나 같이 도둑놈들 같에서 믿음이 가질 않는다.
가뜩이나 년말이면 묵을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느라고 망년회다 송년회다 바쁜데 대통령선거까지 겹쳐서 요즘 거리는 호떡집에 불난듯 홀란스럽고 어수선하기까지 하다.
날씨라도 맑고 따뜻 했으면 좋으련만 날씨 또한 모처럼의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는듯 거지 같이 추워는 기승을 부려서 거시기는 냉수축신(冷水縮身)을 겪은듯 바짝 오그라들고 사흘이 멀다하고 찔끔찔끔 눈 비까지 내리니 머지않아 찾아 올 계사년(癸巳年)이 행여나 얼음판에 미끄러져서 목발이라도 집고 찾아오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앞 선다.
대통령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서자 열기는 하루가 다르게 고조 돼 거리는 포장을 치듯현수막과 벽보가 홍수를 이루고 후끈 달아 달아올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데도 동장군은 멈칫하기는 커녕 더욱 더 기승을 부리려는지 오늘은 아침부터 함박눈까지 대동하고는 선거 열기를 비웃듯 꼴갑을 떨어 댄다.
일부지방에서는 현수막이 무슨 죽일놈이라도 되는양 칼로 도려내거나 낙서까지 한다고 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인듯 우리국민들 의식수준도 가히 알만하다.
점포로 나가려고 대문을 나서는데 집앞 네거리에는 빨간우산 파란우산을 쓴듯 옷을 입은 양당 선거운동원들이 눈 내리는 추운날씨에도 아랑곳 하질 않고 한줄로 길게 늘어서서 눈을 모자 삼아 쓰고는 단체로 개 떨듯 오들오들 떨면서도 오가는 차량과 행인들에게 죽은 부모님이 살아서 돌아 온듯 허리가 부러져라 인사를 한다.
과연 저분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청렴결백하고 나라의 동량으로서 대통령 적임자이기에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 추위도 아랑곳 하질 않고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운동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혹여 불공 보다는 잿밥(일당)에 뜻을 둔 분들이라면 헛고생을 하고 있다는 서글픈 생각마져 든다.
더구나 대통령후보를 낸 정당에는 국회의원 당선비례로 나라에서 자금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니 저 인사는 내가 낸 세금으로 하는 인사이니 엎드려서 절 받는 것만 같에서 달갑지가 않다.
눈 감고 아옹하는 쓰잘데기 없는 겉치레 인사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추운날 밤이나 고구마를 따끈하게 구워서 한개씩 나누어 준다면 그 것이 더 정감어린 대통령선거 유세가 될 것만 같다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난하게 살든 옛날에는 고무신 선거다 밀가루 선거다 하면서 선거 때는 막걸리도 한 잔씩 얻어 마셨든 옛시절이 추억의 향수처럼 그립기까지 하다.
말로는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를 치른다고 사탕발림을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검은 돈이 추럭으로 오가기도 한다니 그럴바에야 차라리 추운데 입이라도 따뜻하게 녹이라고 군밤과 군고구마를 하나씩 주는 선거유세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들면서 막걸리 얻어 마시고는 내 마음대로 투표하든 옛 선거가 그리워 진다.
봄바람에 복사꽃잎이 날리듯 풀풀 날리든 눈은 추악한 정치꾼들의 빈강정 같은 공약(空約)을 더는 드기가 싫은지 그들을 모두 눈 속에 파묻고는 청백리(靑白吏) 후보가 나서라고 시위라도 하듯 펑펑 함박눈을 마구 쏟아 붓는다.
이번 제 18대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는 중대한 선거이기에 국민들이 모두 동참해서 진정으로 조국을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이끌 새하얀 눈 같은 청백리 지도자를뽑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11월이 끝자락에 서 있으니 머지않아 학생들은 즐거운 겨울방학를 하게 되겠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은 동면하는 짐승들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겨울방학의 잊지못할 추억 한 두가지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아름다운 겨울방학의 추억은 있다.
내 어린시절 겨울은 춥기는 왜 그리 춥고 눈은 또 왜 그렇게나 많이 오든지....
엄동설한에 눈빠진 이십리 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읍내 학교에 다니는 일은 고난의 행군처럼 고행의 가시밭 길이였다.
지금과는 달리 자동차나 시내버스도 없었기에 언제나 이십리 길을 두 발 자가용에 의지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이란 상상도 못할 일이였기에 늘 도시락을 분신처럼 가방속에 넣고는 점심때만 되면 난로위에 들들 볶아서 게눈 감추듯 허기를 달랬고 옷과 신발 또한 요즘처럼 따뜻하고 좋은 것이 없었기에 시꺼먼 운동화에 얇은 속내의와 교복으로 살을 에이는 강추위와 맞섰으니 몸은 언제나 동태가 되어서 사시나무처럼 달달거리고 떨었고 손 발은 얼어 터져서 재수없는 까마귀가 보고는 사촌 하자고 치근덕 거렸다.
이렇게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면 친구들과 산토끼사냥으로 재수가 좋은 날은 산토끼고기도 맛볼 수가 있었고 새덮치기 만들어서 텃밭에 고여 놓고 손발 꽁꽁 얼궈가면서 멧새 잡아 숯불구이도 맛 봤고 삼태기 고여 놓고는 여물광으로 날아드는 약아빠진 참새도 한 두마리씩 잡아 참새구이도 맛보곤 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든가?
내 어린시절에는 대도시를 빼 놓고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나무를 연료를 사용했기에 산에는 나무는 별로 없고 풀과 칡넝쿨만 무성하게 자라는 민둥산이여서 그랬든지 산토끼와 꿩은 지천으로 널려 있고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같은 산짐승은 귀했었는데 1990년대부터 시골에도 연탄과 석유가 연료로 보급 되면서부터 나무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돼자 산에는 밀림처럼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기 시작하고 자연보호를 부르짓는 환경단체까지 생겨나서 귀하든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들고양이 같은 토끼의 천적이 하나 둘씩 개체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드니 이 삼십년이 지나자 급기야 득시글 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흔하디 흔하든 산토끼는 보기조차 어렵게 멸종위기 종으로 내 몰리고 있다.
음지가 양지가 된다고 토끼가 이렇게 될줄 그 누가 알았단 말인가?
산토끼를 생각하노라니 갑자기 중학교 3 학년 겨울방학 때의 일이 떠 오른다.
고등학교 시험에 합격 했으니 겨울방학 숙제도 없고 새봄 입학식때까지는 만고 땡이다.
아침을 먹고는 밖을 내다보니 오늘처럼 펑펑 함박눈이 쏟아진다.
따뜻한 방바닥에 등을 깔고는 백호야 하고는 들어누워 뒹굴거리고 있는데 친구들이 산토끼 사냥을 가자면서 찾아왔다.
배 곯든 시절이라 고기맛을 본 지가 오래 됐기에 귀가 번쩍 띄인다.
산토끼 고기 생각에 화들짝 일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말로만 듣든 산토끼사냥을 나 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