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시는 날에는 난리가 날지도 모를 일이기에 아버지 모르게 나 또한 허수아비를 두 개를 만들어서 우선 급한대로 내가 입고 다니던 옷을 입혀서 헛간에 숨겨 놓았다.
여명이 밝아 온다.
" 날이 밝아오는데 아직도 자냐? 빨리 일어나 참새 쫓으러 가거라 "
" 예! 지금 나가는구먼유 "
아버지 모르게 허수아비를 들고는 새벽길을 나서니 매미들은 " 맴맴맴!" 목이 터져라 울어대고 참새들도 잠이 깨여 배가 고픈지 살구나무에 떼로 모여서뒷들로 아침 먹으러 가자고 "짹짹!" 거리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뒷들 논으로 가니 친구들은 하나 둘 씩 허수아비를 들고는 꾸역꾸역 논으로오는데 손에 들려진 허수아비는 천태만상이다.
색시 같은 창수는 저처럼 예쁜 아가씨 허수아비를 만들었고 우락부락하게 생겨먹은 상길이는 저승사자처럼 무섭게 생긴 허수아비를 들고 왔고  상현이는 걸레 같은 다 떨어진 군복으로 허수아비는를 만들어서 걸레 군인 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가지고 왔다.
천태만상으로 생긴 허수아비 열 두 개를 서마지기 논에 듬성 듬성 꽂아 놓고 둘러보니 웃음이 나면서도 무섭기도 하다.
내가 참새라도 겁이나서 못 올 것 같은 기분이들어서 어쩌면 공을 차러가도마음을 놓을 수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야! 빨리가서 든든하게 밥 먹고 곧 바로 운동장으로 나와라 "
주장인 상현이가 한 마디하자 모두들 집으로 돌아 간다.
" 너도 꼭 나와야 돼 "
다짐이라도 받듯 한 마디하고는 상현이도 집으로 간다.
친구들이 가고나자 참새들도 아침을 먹으려고 떼를 지어서 날아와 논 주위를 맴돌드니 어제 없던 허수아비가 논을 지키고 있자 깜짝 놀랐는지 똥만 갈기고는 걸음아 나 살리라고 다른 논을 찾아가려는지 훌쩍 산 넘어로 날아간다.
허수아비가 참새떼를 쫓은 것이다.
때 마침 할머니께서 내 아침밥을 머리에 이고는 논으로 나오시다가 열 개도 넘는 허수아비를 보시고는 깜짝 놀라시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
할머니는 나를 제일로 귀여워 해 주시기에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그래! 장한 생각을 했다 어여 아침 먹고 공 차러 가거라 "
" 정말이세요 할머니! "
" 참새야 허수아비가 쫓는데 뭣 하러 뙤약볕에 나서서 고생할 필요가 있겠느냐 "
" 그래도 아버지가 아시면 저 꾸중들어요 "
" 그건 걱정마라 내가 애비한테 잘 이야기해 주마 "
" 할머니! 고맙습니다 "
" 기특한 놈! 어떻게 허수아비를 많이 만들어서 새를 쫓을 생각을 다 하다니 "공차러 나서려니 기분은 하늘을 날듯 기쁘다.
" 어서 가 봐라 친구들이 기다릴라 "
" 할머니! 다녀오겠습니다 "
룰루랄라! 거리면서 운동장으로 나가니 친구들은 윗 옷은 입지도 않고 껌둥이처럼 팬티만 걸친채 연습을 하다가 나를 보더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 오신듯 반겨 맞는다.
뙤약볕이 내려쬐는데도 윗 옷은 입지도 않고 팬티만 걸친채 껌둥이 축구시합을 하듯 드디어 아랫마을과 축구시합을 알리는 전반전 휫슬이 아가리질을 해 댄다.
아랫마을 축구를 얕잡아 봤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력이 만만찮다.
비지땀을 흘리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다가 먼저 한 골을 먹고는 전반전을 맞쳤다.
이길줄만 알았는데 먼저 한 골을 먹고나니 사기가 꺾인 친구들은  똥 먹은 개 상을 하고는 그늘에 앉아서 비지땀을 식히면서 헐떡 거리고 있는데상현이가 분하다는듯 눈알을 부라리며 앞으로 나서더니" 야!  똥 먹은 개처럼 왜들 얼굴이 그모양이냐? 전반전에 한 골 먹었지만 후반전에 두 골 넣으면 되니까 얼굴 펴고 힘내라 힘! "
상현이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사기를 북돋우자 친구들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지 후반전에는 꼭 이기겠다는 필승의 각오로 전의를 불태운다.
드디어 후반전을 알리는 호르라기가 또 다시 아가리질을 해 댄다.
공을 몰고가면서 수양버드나무를 흘끔 쳐다보니 앗! 뜨거워라 아버지가 앉아서 구경을 하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참새를 쫓으라고 근근득생 일러 놨는데 참새는 안 쫓고 공을 차다 들켰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덜컥 가슴이 내려 앉으면서 눈 앞이 노래진다.
꾸중을 덜 들으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논으로 달려가서 참새를 쫓아야만 한다.
몰고 가던 공을 그대로 놔두고는 운동장을 나서려는데" 야! 빨리 공 안차고 어딜 가려고 그러느냐! 어서 공 몰고가서 한 골 넣어라 "
아버지께서 고함을 치시면서 빨리 골을 넣으라고 손사래를 치신다.
아버지의 고함소리를 듣는 순간 근심걱정은 봄 눈 녹듯 사라지고 다리에 불끈 힘이 솟는다.
잽싸게 다시 공을 몰고는 상대편 골문으로 질풍처럼 달려가 골문을 향해서 힘껐 차자 공은 자석이라도 붙은듯 상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더니  골대 안으로 쏙 들어 간다.
한골을 넣어서 1:1 동점이 됐다.
아버께서 응원을 해주신 덕분이다.
드디어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 됐다.
1:1이 된 아랫마을 친구들도 이번만은 꼭 이기려고 니를 물고 악착 같이 덤벼든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다가 후반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또 한 골을 멋지게 넣어서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이기자 아버지도 뛸듯 기뻐하시면서 집으로 가신다.
친구들은 나를 얼싸 안고는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고 팔딱팔딱 뛰는데 아랫마을 놈들은 서리 맞은 풀처럼 어깨가 축 쳐진채 똥 먹은 개 상을 하고는 운동장을 떠나는데 주장인 놈이 나를 노려보면서" 오늘은 졌지만 다음주에 또 붙자"
분하다는듯 씨부렁 거리자 " 좋다! 축구공만 건다면 백번이라도 응해주마 "
용기백배 상현이도 지지 않고 대꾸를 하자 아랫마을 친구들은 풀이 죽은채 썰물처럼 운동장을 빠져나간다.
그날 이후로 아랫마을 친구들은 두 번 다시는 우리하고 축구시합을 하자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날 축구시합은 허수아비 덕분에 힘 안들이고 참새도 쫓고 시합도 이겨서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듯 참으로 기뻤었는데...
아!허수아비로 참새 쫓고 아랫 마을 친구들과 축구시합을 하던 그 날이
다시 한 번 돌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 같다.
그리운 옛날이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