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저기 두 놈이 도망가요! "
뒤에 있던 창식이가 버럭 고함을 지르자친구들이 한 놈씩 뻣는 것을 본 놈들은 겁을 먹었는지 걸음아 나 살리라고 도망질을 친다.
상길이와 덕수가 고함 소리를 듣고는 도망치는 놈을 따라가면서 몽둥이를 날리자 몽둥이 하나는 빗나갔지만 하나는 보기 좋게 도망치는 놈 대갈통을 맞추자 놈은 "악!"소리를 지르면서 그자리에 폭삭 거꾸러 진다.
결국 한 놈은 놓쳤다.
나와 맞 붙은 놈은 싸움께나 했는지 몽둥이를 휘둘러보지만 요리조리 피하면서 주먹질과 발길질이 매섭게 날아 온다.
낮이라면 피하기도 한다지만 캄캄한 밤이니 봉사 매질 하듯 싸울 수밖에 없다.
순간 눈에서 번쩍 번갯불이 인다.
놈의 발길질에 눈탱이를 거더 차인 것이다.
옆에서 내가 맞는 것을 본 상길이가 놈을 향 해서 비호처럼 날아 복장을 거더차자놈은 "윽!"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꼬꾸라 진다.
분한 김에 놈의 모가지를 밟고는 몽둥이로 엉덩짝을 후려 치니 놈은 살려달라고 두 손 싹싹 빌면서 애걸복걸을 한다.
결국 한 놈은 도망을 쳤고 나머지 놈들은 모두 붙잡아서 네 기둥에 기둥에 묶어 놨다.
" 너희들이 주인이라고? 꼬라지들 좋다 "
상길이가 개선장군이라도 된듯 놈들 앞에서 이죽거리자 주인이라고 기세 등등하던 아랫마을 놈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꾸도 한마디 못 하고는 고개를 숙인채 땅만 내려다 보고 있다.
눈탱이가 방탱이가 된 나는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밤이라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형님들! 고맙습니다 형님들 아니였으면 우리 수박밭은 쑥대밭이 됐을텐데 형님들 덕분에 살아 남았어요 "
창식이가 우리를 붙잡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훌찌럭 거린다.
" 고맙긴... 한 놈을 놓쳐서 미안하다 "
" 아니에요 형님! 나는 한 사람도 못 붙잡을 줄 알았는데 한 사람 놓치고 다 붙잡았으니얼마나 대단 한 일이에요? 형님들 바닥에서 이러실 게 아니라 원두막으로 올라 가세요 "
원두막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원두막으로 올라가니 원두막에는 놈들이 먹다 남은 수박껍데기가 산처럼 쌓여 있고바닥은 엉망진창이다.
대충 청소를 하고 앉자 창식이가 물동이만한 수박을 두 통이나 따가지고 올라 오면서 받으란다.
수박을 받는데" 형! 눈탱이가 왜 그래요? 맞았어요? "
그제서야 창식이가 내 눈탱이를 보고는 화들짝 놀란다.
" 응! 발길에 차였는데 별거아니야 자고나면 괜찮아지겠지 "
" 여기 약 있어요 "
창길이가 원두막 지붕에 꽃혀 있는 약을 꺼내서 발라주는데 눈탱이에 화롯불을 쏟은듯 홧끈홧끈 불이 난다.
" 형님들 수박 드세요? "
수박을 쪼개 놓고는 먹으라고 한다.
눈탱이는 방탱이가 됐지만 맛을보니 수박이 아니라 꿀이다.
물동이 같은 수박 두 통을 마 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나니 배는 북통처럼 불러 포만감은 느껴지는데 방탱이가 된 눈탱이는 자꾸만 화끈거려 온다.
" 저 놈들 어떻게 하지? "
기둥에 묶어 놓은 놈들이 걱정이 되는지 덕수가 씨부렁 거리자"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내일 아저씨가 오실 때까지 묶어 둬야지 "
" 아침은 어떻게 하고? "
"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혔으니 굶어야지 별 수 있냐 "
" 형! 오늘은 집에 가지말고 나 하고 같이 원두막에서 같이 자요? "
" 그래 걱정마라 오늘 밤은 우리가 지켜줄게 "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니 밤이 자정을 넘어섰는지 풀벌레도 잠을 자는지 조용하고수박밭에 듬성듬성 심어 놓은 박꽃만이 서기하듯 활짝 피어 밤을 밝힌다.
호롱불을 끄고는 북통 같은 배를 끌어 안고 누우니 시원한 것이 금새 잠이 쏟아질 것 같았는데 막상 자려니 방탱이가 된 눈 때문인지 잠은 오질 않고 아프기만 하다.
상길이와 덕수는 눕자마자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면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데
나만이 잠 못 이루고 뒷척거리는데 " 야! 오줌 싸겠다 빨리 묶은 것좀 풀어다오 " 원두막 밑에서 벼락치듯 고함을 지른다.
코를 골며 잠을자던 상길이가 잠귀가 밝은지 눈을 번쩍 뜨더니" 바지에 그냥 싸라 "
" 상길이 너 정말로 이럴거냐! "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버럭 화를 내더니 " 나 덕팔이다 덕팔이 상길아 나 모르겠냐? "
" 덕팔인지 똥팔인지 나는 모르니 오줌이 마려우면 바지에 그냥 싸라 "
" 야! 아무리 잘 못 했어도 그렇지 오줌은 눠야할 것 아니냐? "
" 누가 못 싸게하냐 그냥 싸라니까 "
" 상길이! 너 정말로 이렇게 나오면 신상에 좋지 않다 "
" 니 놈 꼴리는데로 해라 "
" 야! 정말로 더는 못 참겠다 빨리 풀어줘라 "
" 풀어주면 도망 갈려고? "
" 절대로 도망 안 간다 "
" 도둑놈 말을 누가 믿냐 그냥 싸라 "
" 너 두고 보자...!!! "
" 두고보자는 놈 하나도 겁 안 난다 두고 볼라면 얼마던지 두고 봐라"
" 상길아! 정말로 오줌 싸겠다 한 번만 봐 줘라 "
생리적인 현상인데 바지에 오줌을 싸라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들어서 내가 부시시 일어나자" 니가 오줌 누켜주려고? "
" 그럼 어쩌냐 오줌을 싸겠다는데 수박을 쳐 먹었으니 오줌도 마렵겠지"
똥팔이가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며 애원을 하자 다른놈들도 오줌이 마렵다고 첫 닭이 울듯 울어 댄다.
오줌 소리를 들으니 나도 소변이 급하다.
화들짝 일어서니 상길이와 덕수도 따라 일어 난다.
두 놈 역시 소변이 급한 모양이다.
원두막을 내려오니덕팔이는 더는 못 참겠는지 몸을 비비 꼬면서 애걸복걸을 해 대자상길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낫을 들고는 묶은 것을 끊어주면서 " 만약 도망가는 놈이 있으면 낫으로 거시기를 짤라버릴테니 거시기가 짤리고 싶으면 도망가도 좋다 "
모두들 오줌이 급했던지 도망 가기는 커녕 그 자리에서 허둥지둥 바지를 내리더니 화급히 거시기를 꺼내 들고는 오줌을 갈겨대는데 오줌 싸는 소리가소나기가 오듯 장대처럼 갈겨 댄다.
오줌을 누고나자 놈들은 한 놈도 도망을 가질 않고 묶여 있던 기둥으로 가서 선다.
나 같았으면 나 중에 산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어도 삼십육계 도망질을 쳤을텐데 참으로 놀랄 일이다.
" 덕수야 이 놈들 다시 묶어라 "
덕수가 새끼줄을 들고는 수박도둑놈들을 묶으려 하자때 마침 잠을 자던 창식이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원두막을 내려오더니" 형님들! 다시는 수박 도둑질 하지 마세요 "
도둑놈들은 대답도 못 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자" 상길이 형님! 모두다 집으로 가라고 하세요"
" 뭐라구! 집으로 가라구?"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우리가 풀어준다고 해도 한사코 말릴 줄 알았는데 집으로 가라니 어린줄만 알았던 창식이가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 꼬마야! 고맙다 다시는 수박서리는 하지 않을께 "
덕팔인지 똥팔인지 어린 창식이 손을 잡고는 잘 못을 뉘우치는지 눈물을 글썽이면서 " 꼬마야! 미안하다 다시는 수박서리 안 할께 "
" 아랫마을 친구들아!
오늘 미안하게 됐다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라 "상길이가 덕팔이 손을 잡자
" 아니야 우리가 잘 못 한 일인데 뭘 정말로 너희들 볼 낯이 없다 미안하다 "
우리는 아랫마을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고는 헤어졌다.
모두들 고맙다고 한 마디씩 하고는 비실비실 아랫마을로 내려 간다.
앞 산에서는 여명이 열리려는지 산마루가 훤해 진다.
수박밭에는 박꽃 만이 서기하듯 활짝 피여 지난밤 일을 모두 알고 있다는듯 빙그래 웃는다.
창식이 때문에 우리는 오줌 누는 일을 잠깐 잊었었는데 아랫마을 친구들이 가고나니 오줌이 급하다.
" 야! 누구의 오줌 줄기가 멀리가나 시합하자."
우리는 거시기를 빼들고는 누구의 오줌 줄기가 멀리가나 시합을 하는데어린 창식이도 후보선수처럼 옆에 붙어서서 오줌을 갈긴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어린 창식이의 오줌줄기도 제법 멀리 나간다.
그 날 이후로 우리 또한 수박 서리는 졸업을 했다.
덕팔이는 그런 일이 있은 후로는 다시는 만나지를 못 했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혹여 덕팔이를 만난다면 술 한 잔 하면서 옛날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
그리운 옛시절이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