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판국에 손자병법은 무슨 놈에 얼어 죽을 손자병법이냐? 우리가 지금 전쟁하러 나왔냐?손자병법을 찾게? "
" 거길 보면 부미전이묘산승자(夫未戰而廟算勝者)란 말이 있다 그 게 무슨 뜻인지 너 모르지? "
" 너 지금 염불 외우냐? 부미전인지 북어국인지 그걸 알아서 뭐하게? "
" 북어국이 아니라 부미전이묘산승자 다 "
" 그 무슨 귀신 씨나락 까 먹는 소리냐? 우리는 갈테니 니 혼자 염불이나 외워라 "
" 무식한 놈! 그 뜻은 무슨 뜻 인고 하니 싸우지 않고도 적을 이긴다는 뜻이다 "
" 야이 염병을 앓다가 거꾸러 뒈질놈아! 가재 잡으러 왔다가 헛탕을 쳤는데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오냐? "
참다 못한 상길이가 버럭 고함을 지르자" 예이 무식한 놈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가재는 못 잡았지만 가재만 배터지게 먹으면 될 것 아니냐? "
" 이자식이 돌았나...??? 가재는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무슨 수로 배터지게 가재를 먹는단 말이냐? "
" 가재는 앞서간 놈들이 잡고 있잖냐 "
" 뭐라구! 그럼 가재를 빼앗기라도 하잖 말이냐? "
" 가재 맛을 보려면 그 방법 밖에 더 있냐? "
꾀가 조조 같은 재식이가 가재를 빼앗자고 하자 친구들은 눈이 휘둥그래 진다.
" 야! 아무리 가재가 먹고 싶어도 그렇지 어떻게 남이 잡은 가재를 뺏냐? "
" 지난 겨울 양반 다 얼어 죽은줄 알았더니 여기 안 얼어 죽은놈 한 놈 있네 "
옳으니 그르니 잠시 갑론을박을 하다가 서리도 하는데 그 것도 재미 있겠다면서 가재를 빼앗아 가기로 했다.
횃불을 끄고는 조심조심 가재 잡는 곳으로 올라 갔다.
" 야! 위로 올라 올 수록 가재가 더 많다 "
" 밤에 잡으니 가재 잡기는 식은죽 먹기보다도 쉽다 "
" 이 것좀 봐라 가재가 바께쓰로 하나 가득이다 "
" 비가 올 모양인데 오늘은 그만 잡고 가자 "
" 그래! 이 곳은 우리밖에 모르니 남은 가재는 다음에 또 잡아 먹자 "
가재가 얼마나 많은지 반 밖에 안 잡았는데도 한 바께쓰나 잡았다고 기뻐 날 뛰면서 내려 온다.
길 옆 풀숲에 넙죽 엎드렸다.
가재를 잡은놈들은 우리가 숨어 있는 것도 모르고 희희낙락 거리면서 코 앞으로 다가 선다재식이가 벌떡 일어서더서 그들 앞을 가로 막고는" 야! 우리 산에 가재를 주인 허락도 없이 누가 함부로 잡아가래? "
갑자기 재식이가 불쑥 나타나서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해대자 희희낙락 거리던 놈들은 귀신이라도 본듯 화들짝 놀라면서 뒷걸음질을 치더니 벌벌 거리고 떨면서 횃불을 재식이 앞으로 내 밀면서 " 당~당~당신들 도대채 누구야? "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 거린다.
" 그건 알 것 없고 뒈지도록 맞고 가재를 내 놓을래? 아니면 그냥 내 놓을래? "
날 강도처럼 산 주인도 아니면서 산 주인이라고 공갈을 치면서 가재를 뺏으려는 재식이 말을 듣고 있으려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이 터진 팥자루처럼 벌어지면서실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 뭐라고? 이 산이 당신 산이라고? "
그 중 한 놈이 그제서야 지재식이의 의도를 파악 했는지 불쑥 앞으로 나서면서 " 너희 산이면? 가재도 너희 것이라고 누가 그러드냐? "
" 야이 썩을놈아! 산이 우리 산이면 그 부속물도 당연히
우리 것이지 따지긴 뭘 따져? "
재식이가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듯 눈알을 굴리면서 엉크렇게 일어서자 " 살다가 별놈 다 보겠네... 세상에 가재를 뺏는 강도도 다 있네...."
" 너 지금 뭐라고 그랬냐? 뭐! 강도? "
" 강도가 아니면?... 너희들은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잡으면 될 것을 우리가 잡은 가재를 뺏으려고 하니 그게 강도가 아니고 뭐냐? "
" 그래 너 말 한 번 잘 했다 강도 맛 한 번 볼래? "
" 그래 보아하니 너희들 아랫마을놈들 같은데 어디 맛 한 번 보자 "
그 놈도 한 가닥 하는지 재식이와 한 판 겨뤄 볼 모양이다.
" 이자식들! 곱게 보내주려고 했더니 말로 해서는 안되겠구먼 "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식이가 비호처럼 날아서 놈의 턱주가리를 힘껏 거더 차자 놈은 잽싸게 몸을 틀어서 피하고는 " 너 오늘 나 한테 잘 걸렸다 너 같은 놈은 다시는 이런 짓 못 하게 내가 오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
놈은 재식이 얼굴에 화상을 입힐듯 횃불을 휘두르며 달겨 든다.
하지만 태권도 유단자인 재식이도 싸움하며는 인근에서는 재식이를 이길놈이 별로 없을 정도로 싸움 하나만은 기차게 하는지라 결코 만만한 놈은 아니다.
칠흙처럼 어두운 밤 후둑후둑 비는 오는데 싸움이 붙었다.
싸움께나 했는지 놈의 실력도 만만치가 않다.
두 놈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휙휙 바람을 이르키며 발길이 오고가고 주먹이 난무한다.
싸움하는 모습이 마치 미친놈들 지랄발광을 하는 것만 같다.
한참을 후다닥 거리더니 " 윽!"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한 놈이 썩은 고목처럼 길바닦에 나자뻐지더니 꼼짝도 하질 않는다.
급소를 얻어 차인 것 같다.
혹시 재식이가 뻣은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에 덜컥 가슴이 내려 앉으면서 화들짝 일어나서 쓰러진 놈을 살펴보니 쓰러진놈은 재식이가 아니다.
" 야! 바께쓰든 놈! 너도 저 꼴 되기 싫으면 말로할 때 바께쓰 가져 와라 "
재식이가 버럭 소리치자 바께쓰를 들고 있던 놈은 벌벌거리고 떨면서 바께쓰를 재식이 앞으로 내 밀자옆에 있던 지연이가 얼른 바께쓰를 받아 들면서" 야! 원님 덕분에 나발 불게 생겼다 "
지연이는 가재가 가득 담긴 바께쓰를 받아들더니 좋아서 그런지 입이 바소쿠리처럼 벌어 진다.
" 우리는 갈테니 너희들은 다시 가서 남은 가재 마져 잡아서 먹어라 " 바께쓰를 건낸 놈이 대답이 없자
" 한대 맞고 대답할래? "
재식이가 주먹을 치켜들자 " 예! "
겁을 먹은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싸움에 진 개 꼬리를 말듯 벌벌 거리고 떨면서 윗쪽으로 비실비실 도망질을 치자 재식이에게 얻어 맞은 놈도 그제서야 정신이드는지부시시 일어나더니 옆구리가 결리는지 옆구리를 어루만지면서 꽁지가 빠져라 일행을 따라서 도망질을 친다.
그 꼴을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터져 나와서 허리를 꺾어가며 껄껄 거리고 웃는데 " 야! 이게 바로 부미전이묘산승자(夫未戰而廟算勝者)라는 것이다. "
" 부꾸민지 북어국인지 강도 덕분에 힘 안들이고 이렇게 가재를 많이 잡아보기는 머리 털나고 처음이다 "
" 야 임마! 강도가 뭐여? 강도님이지 "
우리는 배꼽을 틀어 잡고 한참을 웃었다.
" 야! 저렇게 많은 가재를 어떻게 다 먹냐? "
" 오그라질놈! 걱정도 팔자다 오늘 못다 먹으면 내일 먹으면 돼지 그게 무슨 걱정이냐 "
친구들은 가재가 가득 담긴 바께쓰를 들어보면서 좋아서 죽겠다는듯 껄껄 거리고 웃노라니 캄캄한 하늘에서는 후둑후둑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장대비로 변해서 걸음을 걸을 수가 없을 만큼 쏟아 진다.
그날 밤 가재는 참으로 꿀 맛이였는데.....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날씨가 워낙 가무니 수해가 나더라도 억수 같이 장대비가 하루 왼종일 쏟아졌으면 좋겠다.

아!그리운 옛날이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