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부를 마치고 나면 우리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몽둥이 하나 꼰아 들고는 왕소금 한웅큼 싸들고 들녘으로 개구리를 잡으로 나 섰다.
들녘에는 참개구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풀섶을 헤치며 잠깐만 몽둥이가 춤을 추면 참개구리 끔지에 개구리가 곶감꼬지처럼 꿰인다.
개구리 끔지가 서너개 돼면 오동통한 개구리 다리만 떼어서 모닥불 피워 놓고 구으면 지글지글 익어가는 개구리 다리는 참으로 머금직스럽게 보였다. 
개구리가 익으면 우리는 풀밭에 퍼질르고 앉아서 개구리 다리에 왕소금 꾹꾹 찍어 먹을라치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꿀 맛이다.
개구리로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 개구리를 한 끔지 잡아서 상품으로 걸고는 개구리로 개구리 다리 따 먹기 놀이를 한다. 
개구리 잡아서 죄인처럼 실로 앞다리를 꽁꽁 묶고 누구의 개구리가 멀리 뛰나 하는 놀이다.   
모두들 시합에 이기려고 멀리 뛰는 개구리를 찾아서 풀섶을 쏘다닌다.
조금전 많은 동료를 잃은 개구리는 우리의 발소리에 놀라서 혼비백산 물속으로 도망을 친다. 
산 채로 개구리를 잡아야 하기에 엎어지고 자뻐지면서 개구리를 쫓는다.
시합에 이기려고 서너마리씩의 개구리를 잡아서 다리를 묶고는 어떤 개구리가 멀리 뛰는지 연습을 해 보고는 한 놈을 골라서 놀이에 임 한다.
땅에 금을 그어 놓고는 " 하나! 둘! 셋!" 신호에 맞춰서 손을 떼면 앞다리가 묶인 개구리는 저승길 문턱에서 살아 났으니 이게 왠 횡재냐는듯 번개 같이 펄떡 뛰어 도망을 친다.
개구리 놀이에도 불문율은 있다.
한 번이라도 멀리 뛴 개구리는 반드시 살려 보내야 한다.
어떤 날은 재수가 좋아서 서너개의 끔지를 따는 날도 있지만 재수가 없는 날은 한 끔지도 못 따는 날도 있다.
그럴때면 시합을 한 개구리는 땅바닥에 패닥질을 쳐서 능지처참의 참형을 시키곤 했다.
그 놀이도 시들해지면 우리는 놀이에서 진 개구리 다리를 잘라서 실로 묶어 가재를 잡으로 개울로 나 선다.
개구리 다리를 바위 밑에 넣으면 가재도 개구리 다리를 좋아하는지 심심치 않게 가재가 잡혀나온다.
가재 또한 얼마나 많은지 한 참을 잡으면 가재끔지도 서너개나 된다.
우리는 또 다시 풀밭에 앉아서 모닥불 피우고는 가재를 구워 먹었다.
빨갛게 익은 가재는 참으로 맛이 있었는데.......
그렇게 놀다보면 해는 어느새 서산마루에 올라 앉는다.
그러면 우리는 개구리를 한마리씩 붙들어가지고 고무줄 놀이하는 소녀들을 골려주려고 소녀들을 찾아 나 선다.
놀 꺼리가 없어서 그랬는지 그 시절에는 소녀들은 셋만 모이면 학교에서나 마을에서나 고무줄놀이를 한다.     
가난하게 살았든 그 시절 시골 소녀들은 꽁지빠진 촌 닭처럼 모두다 하나 같이 볼품이 없다.
단발머리에  검정치마 흰저고리를 입고는 신발이 달을까봐 아예 벗어 놓은체 토끼처럼 깡충깡충 맨발로 뛰면서 고무줄 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다. 
고무줄 놀이가 재미있는지 소녀들 이마에는 송긍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다.
놀 꺼리가 없든 시절이였기에 소녀들에게는 고무줄놀이가 유일한 낙이였다.
고무줄 놀이에 정신이 팔린 소녀들은 개구리로 놀려주려고 찾아 온 줄도 모르고 희희낙낙 거리면서웃고 떠들어 댄다.
고무줄 놀이는 고무줄만 있으면 여러명이서 재미 있게 놀 수 있는 시골 소녀들의 유일한 놀이였다.
이 세상에 어떤 놀이가 고무줄 놀이처럼 재미있냐는듯 해지는줄 모르고 논다.  
요즘 소녀들이야 고무줄 놀이가 어떻게 노는 놀이인지 알지도 못하겠지만 나이가 40~50 이 넘은 여자분이라면 어렸을 때 고무줄 놀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한 사람도 없을 것이기에 고무줄 놀이의 향수가 가슴속에 조금은 남아있을 것이다.
고무줄 놀이가 재미있는듯 한참을 옆에서 구경하다가 소녀들이 힘이들어 잠시 쉬려고할 때우리는 번개 같이 소녀들에게 달겨들어 숨겨온 개구리를 옷 속에 쑤셔 넣고는 꽁지가 빠져라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라치면 소녀들은 개구리에 놀라서 비명을 지르면서 천둥벌거숭이가 나대듯 용천발광을 떨어대며 난리 브루스를 춰 댄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미쳐 개구리를 꺼내지 못 해서 콩 튀듯 팔딱팔딱 뛰다가 까무라치는 소녀까지 있다.
그꼴을 보면 뭐가 그리도 재미있던지 배꼽을 잡으면서 통쾌하게 웃곤 했다.  
그러나 소녀가 까무러친 날은 우리에게는 곡 소리 나는 날이다.
소녀의 부모님이 집까지 찾아와서 선무당 굿하듯 한 바탕 난리브루스를 추고 간다.
그럴 때면 우리는 해가 졌는데도 집에는 못 들어가고  저녁까지 쫄쫄 굶으면서 큰일집에 강아지 어리데듯 집 주위를 어리대다가 밤이 깊어서야 도둑고양이처럼 숨어들어 밥 훔쳐 허기를 달래고는 잠들 곤 했다.  
만약 겁 없이 집에 들어 갔다가는 미친년 널 뛰듯 종아리에서 회초리가 춤을 추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이면 부모님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지만 고무줄놀이 하는 소녀들만 보며는 부모님에게 싹싹 빈 일은 까맣게 잊고는 또 다시 개 망나니 짓을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리도 못 돼게 짓굿은 짓을 많이 했든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 때는 청개구리 삼신이 들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개구리 구워 먹고 개구리 멀리 뛰기 놀이하고 소녀들 옷 속에 개구리 넣고 고무줄 끊던어린시절이 마냥 그립기만 하구나......
아!
그리운 옛날이여......
그 시절로 다시 한 번 돌아가고만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