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김혜민

눈부신 5월의 햇살이 온통 대지를 연녹색으로 물들이는 요즘 나는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그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에 벅찬 감동을 느끼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힘들긴 했지만 직장에서의 소중한 경험 등이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꿈은 아니었기에 몇 년 전 퇴사를 결정하고, 고향인 제천으로 내려와 세명대에 입학해 어느 덧 3학년이 됐다.

친구들 보다 한참이나 늦게 대학생활을 시작한 나는 친구들 사귀기를 비롯해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배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새삼 느끼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해 진 요즘 난 학교에서 사람들과 웃는다. 예쁜 동생들, 좋은 친구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준 건 봄의 친절이었나 보다.

얼마 전, 기차여행을 할 기회가 있어 기차 밖 풍경을 계속 바라보았다. 기상이변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계절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꼈다. 추운 겨울이 오래고, 봄을 느낄 새도 없이 여름이 오고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겨울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은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계절인 만큼, 시작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여행하는 내내 ‘봄’이 애틋하다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왜 기다려주지 않는 걸까?

우리가 원하는 것들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계절의 흐름을 넓게 보면 세월의 흐름일 것이다.

달리 생각해 보면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들이 왔을 때, 맞을 준비를 채 하지 못해 그냥 보내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애틋한 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 봄을 온전히 느끼고 보내기 위해서도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추운 겨우내 꽁꽁 언 몸과 마음이 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우리들에게 짧은 봄은 더 간절하게 느껴지게 한다. 기다렸던 봄이 왔는데, 난 이 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내 인생에 있어 봄은 비록 늦게 시작됐지만 난 이 찬란한 환희의 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해 보리라 다짐해 본다.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새들이 나무에 앉아 지저귈 때 부는 바람에도, 이 세상 모든 사물의 차가움도 봄은 온기로 바꿔주듯 훗날의 보다 멋진 인생의 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