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 도령은 그 딸기가 꽤 맛이 있을 것 같아 손을 들어 만져보았다.

 “호호호호-. 서방님, 제 입술에 뭐가 묻었어요?” 박달 도령의 행동에 음심(淫心)이 발동한 아지가 박달 도령의 곁으로 바싹 다가와 앉았다. 강렬한 여인의 체취가 박달 도령을 자극하였다.

 ‘아아, 꽤 탐스러운 딸기로다. 한 입 베어 먹으면 달콤하겠어.’

 "아아, 서방니임-" 박달 도령의 입술이 아지의 입술에 닿자 아지는 박달을 꼭 끌어안았다.

 ‘아아, 금봉이. 나를 용서하오. 내 어쩔 수 없이 이 여인을 안고는 있지만 그대를 향한 내 일편단심(一片丹心)은 변함이 없소.’ 박달 도령은 아지의 따뜻하고 달콤한 입술을 지그시 누르면서 금봉이를 떠올렸다.

 “아아, 서방니임 -.” 아지는 박달 도령의 따뜻하고 넓은 가슴에 안겨왔다.

 ‘금봉이, 용서해주오. 과거에 합격하면 한 걸음에 벌말로 달려갈 것이오.’ 박달 도령은 아지를 안고 있으면서 중얼거렸다.

 “서방니임 -, 꼭 안아주세요. 더욱 꼭 -.” 극락의 여주인이 문을 열다가 대취한 박달 도령과 아지가 한 몸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고 얼른 문을 닫고 문틈으로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훔쳐보았다.

 ‘아아, 남들 사랑놀음을 보니 나도 몸이 달아오르네. 염병, 저년은 하필 오늘 남자를 꾀어가지고 와서 내 가슴에 불을 지핀담.’ 극락 여주인은 마른 침을 넘겨가며 아지와 박달 도령의 뜨거운 장면을 계속 훔쳐보았다.
 “아니 되오.” 아지의 입술을 훔치고 있던 박달 도령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서방님, 갑자기 왜 그러셔요?”

 “아니 되오. 난, 금봉이와 한 약속을 지켜야 하오. 나를 용서하시오.” 박달 도령은 주전자를 들더니 벌컥거리며 순식간에 비우고 대취하여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아아, 내가 미친년이지. 그 여인에게 마음이 가 있는 남자의 마음을 훔치려 한 내가 미친년이야. 흐흐흐흐......’ 아지는 술에 떡이 되어 인사불성이 된 박달 도령을 바라보며 훌쩍거렸다.

 “금봉 아버지, 나 좀 봅시다.” 금봉이에게 뜸을 뜨고 침을 놓은 박씨는 금봉이 아버지를 슬며시 밖으로 불러냈다. 박씨의 얼굴 빛이 밝지 않아 보였다.

 “박씨, 왜 그러우? 금봉이가 뭐 잘못되기라도 했소?” 금봉아버지는 박씨가 아내 몰래 자기만 슬며시 불러내자 불안해 하였다.  

 “금봉 아버지, 내 이런 말을 해서 안 되었네만. 잘 듣게.”

 “아, 이 사람아, 무슨 이야기인데 그리 뜸을 들여?” 박씨는 곰방대에 불을 붙이더니 오물오물 거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더니 박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 딸이 홀몸이 아니네.”

 “뭣,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금봉이 아버지는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갑자기 정신이 몽롱하면서 양쪽 다리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바, 박씨, 천천히, 천천히 말해보게. 우리 금봉이가 홀몸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여?” 다급해진 금봉이 아버지가 말까지 더듬으며 박씨 소매를 잡았다.

 “자네 딸, 금봉이가 아기를 밴 것 같으이. 임신을 한 것 같단 말이야.”

 “아, 아기? 그, 그게 정말인가?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어떻게 아기를 밴단 말인가?”

 “그러니 나도 그게 이상해서 아주머니 대신 자네를 불러 낸 게야.”

 ‘아아, 이 무슨 맑은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이더냐? 시집도 안 간 내딸 금봉이가 아이를 가졌다니? 이건 말도 안 돼. 박씨가 잘못 진단하였겠지. 말도 안 돼는 소리여 이거는.’ 금봉이 아버지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금봉이가 행동이 조신하고 얌전하며 매사 신중하게 행동하는 처녀로 알고 있는데......” 박씨가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박씨, 박씨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녀?”

 “글쎄, 나도 어깨 너머로 의술을 익힌지라 좀 찜찜하기는 해도 맥을 짚어보니 분명 아이를 가진 진맥이 틀림없어. 만약 내가 잘못 알고 있다면 자내에게 큰 죄를 짓는 거고. 아직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좀 더 지켜보십시다.”

 “분명히, 박씨가 잘못 진맥을 보았을 거요. 시집도 안 간 아이가 어떻게 아이를 가진단 말이오?”

 “금봉아버지, 하여튼 내가 짧은 의술로 잘못 진맥을 하였을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보자고.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박씨, 부탁하오. 잘못 진맥을 했을 수도 있으니 절대로, 절대로 나와 당신 두 사람만 알고 있어야하오. 절대 남에게 발설하면 안 돼요. 아시겠소?”

 “내 입은 무거우니 염려 마오. 우선, 자네 딸에게 잘 대해주시오. 다리에 상처가 있는 것으로 보아 크게 넘어진 듯싶은데 거기에 몸살 기운도 있소.” 박씨가 돌아가자 금봉이 아버지는 딸의 방으로 들어왔다. 누워있는 딸이 측은해 보였다.

 “금봉아, 좀 어떠니?”

 “아버지, 이제 괜찮아요. 죄송해요. 걱정을 끼쳐드려서요.”

 “아니야. 난 괜찮다. 그러나 저러나 어서 몸을 회복해야지.”

 “금봉아버지, 박씨가 뭐래요?” 딸 곁에 앉아서 간호를 하고 있던 금봉이 어머니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