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내토중학교장

이성범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할 수 있지만 그 부류 중 하나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사람은 말을 하고 산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다움이기도 한 것이다. 그 말이 어떻게 글자로 자리잡아 새로운 삶의 틀을 빚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인류의 역사 전개 속에서 엄청난 사실임에는 틀림없는 직하다. 어쨌든 우리는 말을 하고 글을 씀으로써 사람다움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이나 글에 대한 이러한 본질적인 관심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는 실제 삶의 과정에서 말이나 글의 당연한 필요라고 하는 소박한 태도로는 다 수용할 수 없는 온갖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는 까닭이다.

아주 가깝게는 개념의 불 명료성이 그러하고 어법의 구사에서 드러나는 분위기의 차이들이 그러하고 말해지는 말과 들어지는 말, 씌어지는 말과 읽혀지는 글 사이의 어그러짐이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언어문화의 문제성은 그것이 사람다움을 특징 지우는 삶의 총체성을 수용하고 있는 한 그 현상에 대한 분석적인 인식만으로 다 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보다 중요한 것은 언어문화와 그 문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마저 포용하는 삶 자체의 태도가 결국은 언어의 문제를 탐지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말이나 글을 자연스럽게 펼치고 있다. 하나의 문화권 안에서의 소통언어는 인위적인 선택의 계기를 의식하지 않고 사용된다. 그것이 우리언어 생활의 일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러움으로 그저 지니지 못하고 뒤엉키는 굴절들을 겪게 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말이나 글을 늘 조심스럽게 써야 함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데 저간의 우리사회의 현실을 보면 언어문화에서의 이 같은 사실이 무척 간과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하고 쓰고 싶은 것이 있으니 쓴다는 본유적인 권리의 향유는 그렇지 못하던 암울한 때를 생각하면 즐겁기 그지없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언어문화가 본래적으로 지니는 윤리적 속성에 대한 관심이 그 권리의 누림 속에서 자칫 잊혀져 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기우가 가끔 뇌리를 스치곤 한다.

물론 말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사람을 죽인다고 하지만 그 세치의 혀로 얼마든지 사람을 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릇 순자는 좋은 말을 남에게 베푸는 것은 비단 옷을 입히는 것보다 따뜻하다고 하였으며 좋은 말은 시원한 물보다 목마름을 축여준다고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가려서 할 줄 아는 양식과 지혜이다.

오늘날 우리는 말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날이 새면 말로써 하루가 시작되고 말로써 하루 해가 저무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은 말과 글에는 항상 순화작용과 반작용이 있음을 우리는 깊게 고려해야 한다. 혹자의 말처럼 생각은 빨리 깊게 하고 말은 더디게 하라는 경구를 다시 되새겨 봄이 어떤가 말이외다.

언어문화의 윤리성이 이사회의 질서를 지켜주는 원동력임을 인지할 때 더욱 그런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