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최근 지방유형문화재 35호인 팔영루의 상량문(上樑文)이 발견돼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제천시 관광시설관리소 한광석 운영팀장이 최근 입수 번역을 의뢰해 주해된 상량문은 간접적으로나마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 주변의 풍광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적고 있어 관심을 모으게 했다.

팔열루는 조선 숙종(肅宗) 28년(1702)에 부사 이기홍((李箕洪)이 남덕문(覽德門)이라고 한 터에 고종 7년(1870년) 부사 이직현(李稷鉉)이 다시 중수했다.

팔영루는 청풍부(淸風府)를 드나드는 관문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집이다.

북측의 돌계단을 딛고 올라서면 성누문(城樓門)답게 홍예(虹예)를 쌓은 높은 대(臺) 위에 우뚝 서 있다.

내부에는 우물마루를 깔고 난간(欄干)을 둘렀으며, 고종조(高宗朝) 부사 민치상(閔致庠)의 청풍팔경(淸風八景)을 읊은 팔영시(八詠詩)로 하여 팔영루(八詠樓)라 하였다.

충주댐 건설로 인한 수몰지인 청풍면(淸風面) 읍리(邑里)에서 1983년 청풍문화재단지로 이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음은 상량문의 전문으로 일부는 다소 주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팔영루 상량문

인부들이 모두 모여 사거리에 퍼져 있고 제비가 와서 새로 지음을 축하하니 백년 후에 다시 짓도다.
일하는 백성들은 자식처럼 달려오고 길하고 좋은 날을 골랐네
진(秦)나라 법이 도리(道里 : 어떤 곳으로부터 다른 곳까지 이르는 거리의 이수(里數))를 고르게 정하면서 장정(長亭)과 단정(短亭)이(亭은 길가에 행인들을 위한 휴식처이다 십리마다 세운 것을 長亭, 오리마다 세운 것을 短亭이라 한다) 있고  주(周)나라는 집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면서 00과 00을 두었네
옛 누각의 기틀을 다질 때를 생각하나 태수가 누구였는지 모르며 아! 지금은 다만 터만 남아 있으니 노인들의 이야기에만 의지하노라
그 때에는 백성이 풍족하여 해마다 곡식이 수북한 즐거움 있었는데 이후로는 운수가 점차 나빠져 집집마다 베틀이 텅 빈 것을 탄식하네.
도량이 좁음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나 다만 대들보감(좋은 인재)이 모자라서 신명의 도움을 받아 외람되게 직임을 맡아 임금을 모시게 되어 임금의 命을 전하게 되었으니 티끌만큼이라도 보답하려 항상 노력한다오
처처에 인부들을 둔 큰 공사구나 곳곳에 아름다운 처마 새 모습 드러나나니 곧은 소나무 베어 여기 저기 착착 끼우고 쓸만한 돌 다듬어 옛 자리에 땅땅 설치하도다.
좌우에 펼쳐진 산은 비봉이니 큰 덕을 지닌 기이한 봉우리며 뒤에 보이는 누각 솟은 민둥산에는 한벽루와 금남루 아름답게 서 있네
반고와 사마천의 웅장한 글은 주문절(고려의 문신 주열(朱悅))과 하호정(조선 전기의 문신 하륜(河崙))이 지어 걸어 놓았고 공수와 황패(?遂와 黃覇는 중국 漢나라의 뛰어난 지방관)의 뛰어난 업적으로는 00와 김운곡(조선 후기의 문신 김수증(金壽增을 뜻함)의 비석이 있도다
읍 안의 명구(名區 :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름난 고을)들을 두루 구경하고 팔영루의 절경을 논하여 보겠소
무암 교외의 종과 목동 피리소리는 시원하니 신선의 음악처럼 들리고 한벽루 북쪽 나루의 가을달과 고기잡이 불은 황홀하여 찌든 가슴 씻어줄 듯 하네
기이한 볼 것으로는 미도(尾島 : 섬이름으로 당시 청풍부근의 남한강에 작은 섬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의 누린내 풀과 물해오라기가 있고 빼어난 경치로는 눈부신 비단 같은 봉강(鳳崗)산의 단풍이 있구나
주(周)나라 조당(朝堂)의 창(窓)에서 뜻을 얻었으니 어찌 등각(중국의 등왕각)의 네 가지 아름다움이 부러우리오
복회(주역의 64궤를 처음으로 그린사람)의 괘(卦)를 헤아렸으니 도리어 죽루(竹樓)의 여섯 의미보다 뛰어나도다
구래공(중국 북송(北宋)의 재상으로 북쪽 오랑캐인 거란의 침입 때 많은 공을 세웠다)이 엄하게 다스려 北門을 단단히 지키던 것을 본받고 멀리 양숙자(중국 진(晉)나라 신하로 오(吳)를 정벌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가 정사(政事)를 바로하고 남주(南州)에서 가죽옷 걸치던 것을 생각하네
곡성(穀城)의 봉우리 들쭉날쭉하여 만 겹으로 늘어서 있고 화천(貨泉 : 중국에서 쓰이던 동전의 이름으로 이 글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미상)이 넘쳐 흘러 기로로 뻗었으니 장강 일대(一帶)로구나
실로 지방관의 자리 부끄러우나 겨우 부임하여 백성과 함께 하게 되었네
어영차 떡을 대들보 동쪽에 던지노니 태평성세 날로 빛나니 상서로운 해가 붉구나
이 집은 아직 막혀 있어 이 작은 고을 같은데 올해부터는 풍년이 계속되리라
어영차 떡을 대들보 서쪽에 던지노니 왕성한 아름다운 기운에 사계절이 고르게 오리라
위로는 하늘의 구름 처마를 본뜨고 북두성 따라 화성(華星)을 바라보니 규성(奎星)에 모였구나
어영차 떡을 대들보 남쪽에 던지노니 상서로운 구름과 아지랑이 어둑한 산기운과 함께 어렸네
요즈음엔 큰 선비들 많았으니 근원이 있다하고 도가 있는 못(道潭)이 있다 말하는 구나
어영차 떡를 대들보 북쪽에 던지노니 공수반(公輸班)과 공공(共工)이(이 둘은 중국 상고 때의 건축가) 솜씨좋게 먹줄을 긋네
일꾼들의 노래 조화롭고 거리의 노래 어울리고 공장(工匠)들이 업무를 보고하니 새들도 놀라네
어영차 떡을 대들보 위에 던지노니 화창하고 조화로운 기운 모두 자라나네
때 맞춰 바람불고 비내려 기자(棄子)의 시절 같으니 금년에 큰 수확 있으리니 주역 점치니 대장(大壯 : 주역의 패 이름) 괘(卦)로다
어영차 떡을 대들보 아래 던지노니 빛나는 언덕과 습지에 들은 사방으로 통하네
천시(天時)와 지리(地理), 사람과 조화로우니 우뚝 솟아 천년토록 의젓한 큰 집이로세
삼가 바랍니다. 대들보를 올린 이후에 옺갖 상서로운 일이 새로이 생기고 모든 재화가 모두 모여들게 하소서 . 많은 인재들이 있어 집집마다 풍악을 울리게 하고 물고기 꿈을 꾸어 집집마다 창고가 가득차게 하소서
경오년(1870년) 8월 10일 이직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