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옥

시인, 수필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내가 젊었던 시절 제천시 신월리에 나를 무척 따르던 후배가 있었다.

그 후배는 술한잔 들어가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쨍하고 해뜰날~ 이란 유행가였는데 그는 쨍 하고 해 한번 떠보지 못하고 술에 절어 일찍이 생을 마감했다.

그러한 신랑 옆에서 견디지 못한 그의 부인도 가출한지가 오래 되었기에 그의 딸과 아들은 자연히 그의 어머니가 보살펴 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이 혼자되어 자식도 먼저 보내고 손녀와 손자에게 희망을 걸고 주위의 하천부지인 집 마당까지 갈아엎어 저자거리가 될 만한 농작물을 가꾸고 길러 서부시장 길가 난장에서 저자를 보곤 했다.

그런데 한참 보이질 않아 알아보았더니 거기서 저자를 못 보게 쫒아 내 제중 후문 넋고개 고개 마루에서 여전히 저자를 보고 사신다고 했다.

25년도 훨씬 넘어 그 어머니의 손녀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손자는 회사원으로 성장해 모두 일가를 이루고 살아가도록 훌륭하게 키우고, 일찍 죽은 아들의 제사를 손자가 지낼 수 있도록 아직도 뒷바라지 해 주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시장골목 또는 아파트 단지 공터, 아파트단지 입구 거리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저자를 보는 우리들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의 사연을 들으면 고개가 숙여지는 사연이 그뿐만이 아니다.

60년 한결같은 저자 광주리는 잃었던 용기도 솟구칠 수 있게 했으며 큰 부자가 되어있는 아주머니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을 잘 보호하고 육성하면 생산자가 직접 내다 팔고 있으므로 대형마트, 또는 시장 소매점에 비해 가격 경쟁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등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농산물의 생명인 신선도 유지로 싱싱한 양질의 농산물을 직접 소비자에게 팔 수 있으며 이들은 새벽 4시면 어디서든 활동을 시작해야 하므로 재래시장의 숨어서 피는 꽃과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천 같은 도농 복합 중소도시에서는 그분들의 생활을 파악하고 그 끈질긴 생명력을 보호, 육성해 주어야 하나 지금껏 우리가 보아온 그 분들의 권익은 아무것도 해 드린 게 없어 안타까운 것이다.

어느 해 버스 여행을 하다 강원도 대화를 지나칠 때가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그곳 재래시장 입구쯤에 저자를 보는 듯한 시장골목으로 들어가니 그 지역의 산촌특산물들이 풍성하게 쌓여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골목을 한참 서성거린 일이 있었다.

마, 칡뿌리 등 다양한 산야초, 잣, 송이, 각종 버섯류, 고사리는 물론이고 산채나물, 밤, 호두, 더덕 등등...
한쪽에서는 진이 나는 도라지 껍질을 벗겨 찧어 그릇에 담아내는 신선한 나물들로 시골 장터답지 않게 사람들 왕래로 꽤나 북적거렸다.

우리 고장은 농축산물 뿐 아니라 산촌 특산품 등의 풍성한 생산물과 저자를 보고 있는 숙련된 아주머니들의 노동력이 있고 지리적으로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 특성화 된 저자거리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시내 동문시장에 저자를 보는 아주머니들이나 길을 잘 몰라 유휴 상태로 놓인 아주머니들을 지도해 이곳에 정착시켜 농산물 전문 저자거리의 주인으로 육성해 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저자군상의 참여 연인원, 거래 총액 등 실태를 파악해 그들을 지도 육성해 줄 수 있는 행정적 지원과 배려가 참으로 아쉽다.

나아가 이 같은 사업이 지역민 소득증대를 위해 외지인들을 흡입할 수 있을 정도까지 제천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들, 산, 강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세월이 흘러도 우리 생활경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저자라는 전통상거래의 육성을 통해 재래시장의 존재의미를 부여한다면 인터넷 구매시장, 대형마트, 대형 상인들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꽃을 피워낼 수 있는 보물중의 보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장 한국적, 아니 지역적 특성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은근과 끈기로 오늘의 한국이 있어왔듯 우리사회 가장 낮은 곳의 저자거리 아주머니들도 고장의 미래요 훌륭한 자산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이런 분야에도 눈을 돌려 우리고장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 즉 이들의 양성화와 제도적 지원은 물론 광주리 서 너 개 정도의 면적 제한 등 세부적인 것들까지 검토해 거점화 시키는 일은 물론 폭 넓은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주면 덩달아 재래시장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역경제를 떠받는 큰 몫을 해낼 것이라 의심치 않으며 이분들의 생산성을 무시하지 말고 상업행위의 편의 제공 등 각 부분의 세심한 행정적 보호, 육성의 기초를 마련해 실천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