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초빙교수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야만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벌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귀중한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 돈을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쓴다면, 그 사람은 물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쓰는 것은 사람마다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돈의 액수에 관계없이 돈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써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모일간지에 의하면 향년 91세의 나이로 2014년 1월 19일 세상을 떠난 신언임 여사, 그는 ‘구두쇠, 억척 할머니’ 소리를 들었지만 충북대 학생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웠던 ‘충북대 할머니이자, 어머니’였다고 한다. 
신언임 여사는 일제 강점기인 1932년 빈농의 1남 8녀 중 다섯째 딸로 태어나 힘겨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부친을 졸라 뒤늦게 주성초등학교를 나이 열여덟에 졸업하고 전매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스물둘에 결혼 했으나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됐다. 
이후 어떻게 해든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시장 어귀에서 까치담배 장사부터 시작해 만물 상회를 운영하며 억척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여자라는 이유와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배우지 못한 향학열과 내 자식을 두지 못한 아쉬움으로 충북대학교 학생 모두를 아들, 딸로 여기며 전 재산을 기부한 것이다. 
장학금으로 내놓은 재산이 51억 3천 만 원에 달한다. 
신 여사의 가족들도 자신은 정말 검소하게 살아오셨지만 돈이 필요한 곳에는 크게 내놓으셨던 분이라고 밝혔다. 
충북대는 그의 이름을 딴 신언임 장학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신 여사의 못 배움에 대한 아쉬움을 풀어주기 위해 2011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신 여사에게 명예 행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당시 61세의 충북대 어머니가 빛나는 학사모를 쓴 뜻깊은 날이었다. 
신 여사의 빈소를 지켜본 충북대 관계자들은 신언임 장학생 수혜자들이 모두 아들, 딸들로 비록 친자식은 없지만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겠다며 각처에서 잘 키운 자식들이 모여 이렇게 보내드리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저미어온다. 그리고 나 자신을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본다. 신언임 여사야 말로 무언으로 삶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하신 분이시다.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와 삶의 행복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다. 돈을 벌어서 그냥 축적하는 게 목적이 된다면, 분명히 우리의 삶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죽을 때 그 돈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었던 적게 벌었던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의미 없는 일에 돈을 쓴다면, 그의 인생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며, 결국 죽는 그 순간에 가서야 자신의 인생은 잘못 살아 왔다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사는 삶은 공허감만 남고 진짜 상쾌하고 만족스런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말연시가 되면 이름 없는 천사라고 하여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섬기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폐지를 모아 생활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성금을 기탁하시는 분을 볼 때마다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한결같이 이분들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와 나눔에서 행복을 얻으시는 귀중한 분들이시다. 
우리는 인생에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의미 있게 쓰려는 마음의 자세 또한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오늘도 우리는 분주한 삶의 여정 속에 아름다운 삶의 갈무리를 하기 위해 뚜벅 뚜벅 걸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