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영 식    GIR연구원 원장

“나에겐 늘 내일 먹을 빵이 있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 사연을 묻는 연합군 취조단에게 한 말이다. 
그는 첫날 배급을 받은 빵을 주머니에 넣어 두고 다음날 새 빵과 바꾸어 먹으면서 수년을 버텨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오늘 우리 주머니엔 내일 먹을 빵이 늘 있어야 한다. 
지구촌의 기상 이변이 예사롭지 않다. 국제 정세도 국지전들의 발발과 함께 혼돈 속으로 치닫고 있다.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메타버스의 세계도 다가온다. 
선진국 대열에 이제 막 올라선 우리나라는 빈부격차의 심화, 출산율의 저하, 지역 소멸 등 난제들 속에 빠져들고 있다. 희망이 사라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조선왕조의 몰락, 일제 강점기, 6.25전쟁을 뚫고 산업화와 민주화 등 격동의 시기를 넘어 선진국의 반열에 우뚝 선 우리에게 ‘내일 먹을 빵’은 또 무엇일까?   
북반구 온대지방에서, 아주 독특한 경동지형을 이룬 우리 한반도에 함께 살고 있는 제천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내일 먹을 빵’ 이야기가 있다.
제천은 한반도의 한 중심에 현묘한 천연생태환경을 가진 생명의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제천에서는 풀, 꽃, 나무들이 유난히 신나게 살고 있다. 
바로 이 한반도 향토식물인 풀, 꽃, 나무들이 우리가 ‘내일 먹을 빵’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즉 제천 시민들이 제천시의 모든 산과 들에 우리 한반도 야생원종 자원식물들을 심고 가꾸어 제천시를 식물자원의 보고로 만들고, 그 잠재적 미래 가치들을 하나씩 발굴하여 자원화, 산업화, 세계화하는 일에 착수하면 제천시는 머지않아 황금알을 낳는 도시가 되고, 이미 태동되고 있는 지구촌 생명융합산업의 메카가 된다.
식물은 생명력의 원천이다. 식물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식물은 인류에게 열량 자원이며, 식용 자원이며, 영양 자원이며, 효능 자원이며, 의약 자원이며, 미학 자원이며, 감성 자원이며, 심성 자원이고 영성 자원이다. 
앞서 선진국이 된 유럽인들은 식물다양성 측면에서 일천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귀하게 여기며 심고 길러 세계 식량시장, 식품시장, 의약품시장, 화훼시장, 화장품시장까지 석권해 왔다. 
이제 인류가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북반구 온대지역에서 수차례의 빙하기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우리 한반도의 향토식물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차례다. 
우리 한반도의 돌콩, 타래난초, 털중나리, 딱지꽃, 애기송이풀, 물봉선과 노루발풀들이 파이토케미컬을 축으로 무한 확장할 미래 글로벌 식물자원시장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옥수수, 감자는 물론 로즈마리, 바질, 라벤다까지 애지중지하며 길러온 유럽인들처럼 이제는 우리도 개나리, 진달래, 찔레꽃, 구상나무를 금이야 옥이야 하며 길러 미래 식물융합산업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제천시민들의 손으로 제천시를 식물의 도시 ‘파이토시티(Phyto-city)’로 만들면 된다. 
제천시민들이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더욱 거대해질 글로벌 파이토케미컬 시장을 주도하는 유니콘 기업을 일으키면 된다. 
이것이 우리 한반도, 우리 한민족, 우리 대한민국, 우리 제천시민들이 만들어내야 할 ‘내일 먹을 빵’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살던 원주민들은 마을 옆 냇가에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들을 하찮게 여기며 살다가 유럽인들의 노예가 되었다. 
선진국 문턱을 넘어선 우리는 절대로 애기똥풀, 덜꿩나무를 하찮게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된다. 
개똥쑥의 효능만 밝혀내도 노벨상을 탈 만큼 인류의 첨단과학과 지식이 아직 미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식물의 세계이다. 그곳에 한 오백 년 빛날 수 있는 부의 원천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인공지능로봇과 메타버스를 가지고 놀며 개척해 나가야 할 금수강산의 한 복판에 제천시가 있다. 
식물의 도시 ‘파이토시티 제천’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