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기 영     제천시선관위 사무국장

신록(新綠)이 푸르른 5월, 설악산·월출산과 더불어 남한의 3대 암산으로 손꼽히는 경북 청송의 주왕산으로 주말 나들이를 다녀왔다. 
주왕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강건한 기암절벽이 많아 가는 길마다 장관이었고 높이 100m이상의 벼랑으로 이루어진 용추협곡 사이에서는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하였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목에 세 명의 일행이 다가와 협곡까지 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왔다. 
저녁식사 시간이 가까울 무렵이라 고민이 되었을 터. 한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하여 협곡을 보길 바라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시간이 늦었으니 그냥 돌아가자 하였고, 이 둘 보다 서너 걸음 쯤 떨어져 느릿느릿 따르던 사람은 올라는 가겠지만 빨리는 못 간다는 입장이었다. 
이쯤 되니 대답도 하기 전에 고민이 앞섰다. 
세 사람 중 누군가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치 선거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유권자의 모습 같았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된 비전을 제시하는 국민의 대표자인 정치인의 역할을 상기시켰다.
선거의 기능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정치 대표자 선출이다. 
직접민주주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회에서 내 뜻을 반영한 정책을 수행해 줄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정당성과 합법성 부여이다. 
선거를 통해 대표자에게 권력이 위임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거과정을 통한 정치적 통합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국민의 다양한 가치와 의사를 집약하여 시대정신을 반영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국민의 뜻이 함께 모이는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아 선출된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정책 선택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아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선거의 기능이 올바로 작동하려면 올바른 선거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 
올바른 선거문화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한 선거절차와 기반을 마련하고 정당과 후보자는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으로 경쟁하고, 유권자는 인물이 아닌 정책과 공약으로 후보자를 평가하고 투표참여를 통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공정하게 경쟁하는 선거분위기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의 선거를 대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위원회, 정당·후보자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모두가 승자인 아름다운 선거가 꽃피울 수 있는 것이다.
2022년 봄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가 한 단계 더 성숙한 인식과 태도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아름답게 피어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