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초빙교수

이렇게 가정해 보자.
여기에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키보다 조금 낮은 돌덩이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밑에 작은 돌과 나무를 쌓는다. 하나씩 하나씩 정말 조금씩 쌓아서 오른다. 있는 힘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주 조금의 차이로 오로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기장 낮은 부분을 공략해서 수없이 시도한 끝에 결국 오른다. 원하던 높은 돌덩이위에 오른 후 아이가 가장 먼저 찾는 건 부모님이다. 제가 여기에 올라왔어요! 하며 아이의 표정은 희망에 가득하지만 부모님은 절망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위험하게 거긴 왜 올라가! 이 말썽꾸러기야! 라고 말이다.
위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부모님이 바라는 건 아이의 자존감이다. 그런데 아이의 자존감을 망치는 건 바로 부모님의 사소한 표현이다.
위험하게 오른 결과가 아닌 최선을 다해 오른 과정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게 우선이다. 돌을 쌓고 낮은 부분을 관찰하고 반복해서 시도한 과정을 봐야 한다.
부모님이 과정을 보고 격려하면 아이는 과정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노력의 의미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불현 듯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한 마리의 새가 새로서 태어나려면 먼저 그 알의 딱딱한 껍질을 부수고 나와야 한다.’라고 말이다.
정말 자주 들었던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새가 새로서 태어나려면’ 이라는 부분이다. 껍질을 부수지 못한 새는 알로 남게 되지만 부수고 나오면 마침내 새로 성장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된다.
아이의 삶도 마찬가지다. 단계마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틈을 깨면 더 멋지게 성장할 수 있다. 이때 틀을 깨는 본질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게 바로 자존감이다. 내 생각을 믿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아이는 자신을 가두고 있는 단단한 틀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 부모님은 아이가 혼자 놀면 우리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이가 때로는 혼자 노는 데 익숙하게 해야 한다. 혼자 잘 노는 아이는 약한 아이가 아니라 강한 내면을 가진 아이다.
물론 평생 혼자만 놀게 놓아두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함께 노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혼자 노는 것과 함께 노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아이가 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고 혼란스럽지 않게 자기 길을 걸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부모님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는 법이다. 아이쿠, 이번엔 영어가 100점이네, 우리아들 정말 잘 했어요! 라고 말이다. 물론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의 자존감을 중시한다면 세상이 정한 잘하는 부분만이 아니라 내면이 인정한 다른 부분에 집중하게 하는 것도 좋다.
가령 영어로 전교 10등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이나 책을 읽고 반드시 실천하는 능력 등 우리가 쉽게 할 수 없는 내면의 힘이 필요한 다른 부분에서 자기능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발견하고 격려하는 건 바로 부모님의 몫이다. 아울러 자존심과 자존감은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 아이는 부모님이 생각하는 만큼 자란다. 많은 사람이 서 있는 곳에 있는 아이는 경쟁하며 살 것이고 홀로 선 아이는 공존하며 살 것이다.
자신감은 매일 바뀔 수 있지만 자존감은 스스로 제어 할 수 있기 때문에 변하지 않고 그 사람을 지켜준다. 우리는 자신감이 아닌 자존감으로 자신을 이겨 낼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당당하게 설수 있는 아이로 말이다.
무릇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자신이 선택한 원칙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우리아이가 자존감을 지닌 아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언어 즉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이는 부모님의 말씀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