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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언어소통 부재가 낳은 교훈
안상현 기자  |  ansh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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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6  13: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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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외래교수

어느 시대나 세대 간 언어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도 세대에 따라 그들만의 언어소통의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우리는 은어(隱語)라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은어란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 구성원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얼마 전 우연히 연구실에서 할머니와 손주 녀석과의 언어 소통부재가 얼마나 당황스런 일을 가져왔는지 라디오 방송을 들고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사연인즉 손주가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는 것 같았다. 가방을 매고 학교를 가려던 손주녀석은 “할머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할머니는 손주의 마음을 금방 알아차리고는 “응, 알지, 오늘 우리 귀여운 손주 녀석 생일날이지, 그렇지?” 하고 말씀하시니 듣고 있던 손주녀석은 “할머니, 맞아, 역시 우리 할머니 최고야” 하며 무척 좋아하더니 어렵게 손주녀석이 할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할머니, 오늘 친구들과 같이 올 테니 생파 부탁드려요, 그리고 거기다 생선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하며 간곡히 할머니께 부탁을 한다.
할머니는 망설임 없이 너무나 소중한 손주녀석의 생일이라 “그래, 알았어요, 염려 말고 학교에 다녀오세요, 할미가 한상 잘 차려 놓을 테니 친구들도 데리고 오렴” 하고 손주녀석을 학교로 보낸다.
학교를 보낸 할머니는 혼자서 생각을 하신다. 참, 이상하네, 그 녀석 생파를 무척 좋아하나봐. 거기다 생선까지 하시며 장바구니를 들고 재래시장으로 가신 할머니는 굵은 생파 몇 단과 싱싱한 생선을 넉넉하게 사왔다.
오랜만에 할머니는 신이 나서 여러 가지 음식과 생파 그리고 생선요리 등 참으로 오랜만에 손주녀석의 생일상을 거나하게 한상차려 놓았다.
오후가 되어 마침내 손주녀석과 친구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손주녀석은 너무 좋다고 할머니께 감사인사를 드린 후 막상 차려놓은 생일상을 보더니 얼굴이 찡그려지고 말았다.
같이 온 친구 녀석들도 어리둥절 하는 모양이었다.
참다못해 손주녀석이 할머니께 “할머니, 왠 파로 만든 음식이 이렇게 많어? 거기다 생선은 또뭐야?” 하며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손주녀석의  불평을 듣고 있던 할머니는 끝내 입을 여신다. “애야, 네가 아침에 나가면서 생일날 특히 생파와 생선을 해달라고 이 할미에게 간곡히 부탁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이 할미가 큰맘 먹고 시장에 가서 싱싱한 생파와 생선을 사가지고 이렇게 맛있게 음식을 준비했는데 너는 왜 그래?” 하며 할머니의 마음을 털어놓으셨다.
이 사연을 듣고 있던 손주녀석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면서 생파는 생일파티란 뜻이고 생선은 생일선물이란 뜻이라구요 하며 원망스런 말투로 말을 하고 만다.
그제서야 할머니가 슬며시 웃으시며 “애들아. 이 할미가 미안하구나. 나이가 많아서 너희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이 음식은 건강에 아주 좋은 거란다. 많이 먹고 즐겁게 놀다가 가거라. 내년에는 이 할미가 정말 잘 생파와 생선을 준비해 놓을게. 내년에 꼭 와야한다, 알았지?” 하며 손주 녀석과 친구들에게 약속을 하고는 그 자리를 모면하고 나오셨다는 어느할머니의 사연이었다.
이 사연을 듣고 있던 나 역시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해진다.
이처럼 세대간의 언어차이로 소통의 부재를 가져와 서로간의 황당한 일을 당해야 했으니 말이다.
할머니의 마음도 이해되고 손주녀석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의심이 있으면 즉시 물어 봐야한다는 것이다. 나중심의 사고가 뜻하지 않는 일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럽다는 생각 때문에 나 중심의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다보니 마침내 오늘과 같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현대와 같은 급격한 변화속에는 언어조직 또한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기에 신세대는 기성세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기성세대 또한 신세대에게 배우려는 <論語> 공야장(公冶長) 편에 나오는 불치하문의 뜻을 깊이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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