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외래교수

오늘날처럼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대두된 적은 거의 없다.
아니 앞으로는 더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늘어만 갈 것이다. 단순한 농경시대를 넘어 산업사회로 넘어오고 이제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다양한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오늘날이다. 이를 격 없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삶의 영역에서 중요한 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워낙 넓은 개념이어서 각기 강조하는 입장과 영역 및 용도를 달리함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의미의 인간관계는 대부분의 사회현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인간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부모자녀 간, 사제 간, 남녀 간, 동료 간 등의 심리관계나 언행과 태도를 의미하는 대인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대인관계를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다리가 있다면 아마도 식사시간이 아닌가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식사시간의 자리를 통해 쉽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함께 식사자리를 마련하려고 하고 그 자리에서 음식을 서로 나눔으로써 섬김과 배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어떤 이에게 무슨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뜻으로 사람들은 축하의 식탁을 마련하고 또 누구를 환영하거나 이별하는 뜻에서도 그러하다.
혹은 오랜만의 해후로 회포를 푸는 데도, 서로의 오해를 푸는 화해의 뜻을 위해서도 식탁이 마련될 때가 있다.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간에 단순히 먹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얼마 전 나는 두 분의 지인분과 오랜만에 점심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인 한분은 사진작가이시며 또 한분은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시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두가 예술을 하는 분야는 같지만 관심분야에 따라 다양한 사고와 안목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보면 작은 메모지에 순간의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 나름대로 메모하는 데 신경을 쓰는가 하면 작가되시는 지인은 한 사물을 보고 여러 각도에서 연실 셔터를 누르곤 하신다.
내가 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같은 사물에 다른 사물을 접목하여 새로운 사진을 연출하는 것 같았다.
그런가하면 미술을 전공하신 지인은 사물의 전체적인 조화로움 즉 색채와 사물, 음영 등 구도를 중요시하는 모습을 살며시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격 없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짐작한 대로 여러 관심분야에 따라 사고의 발상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세대 간의 차이도 있고 성별 간 차이도 있을 수 있었다.
우리는 늘 식사시간을 갖는다. 사람도 동물이기에 일정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말이다. 문제는 식사시간에 무엇을 먹느냐, 어디에서 먹느냐, 언제 먹느냐 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의사소통은 두 사람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 비언어 등의 소통 수단을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감정, 사실, 정보, 의견을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너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먹는 가운데 같이 가는 인생의 길벗들임을 절감하는 식사시간이 없다면 삶은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그 만남 속에 나를 발견하며 형성시켜 가는 식사시간, 우리는 또한 서로에게 필요한 자양분으로 남을 아끼고 또 사랑하는 식사 시간이어야 할 것이다. 인생과 인간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때가 곧 식사 시간이라 생각된다.
식사시간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 나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사고력을 확장시킴은 물론 사고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 상대방의 의견에 경청을 통하여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동시에 기대와 나눔을 가져올 수 있어 식사시간은 단순한 끼니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