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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시원한 미숫가루 한잔
안상현 기자  |  ansh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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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3  13: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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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외래교수

오늘도 예전과 다름없이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나는 가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여러 사정으로 중등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중등부와 고등부 과정이 설치되어있는 야간(夜間)학교다.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분 들을 위한 야간국어 강의가 내 몫이다.
조금의 연세가 드신 분들이 계시지만 열의하나만은 젊은 학생 못지않다. 제천뿐만 아니라 인근 영월에서도 오시는 분이 계신다.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책가방을 들고 저녁이면 야간학교로 발걸음을 옮기신다.
낮에는 삶의 현장에서 맡으신 일을 다 하실 뿐 만 아니라 또한 집안 식구들도 챙기시고는 부랴부랴 이 배움터를 향하셔서 수업시간에는 좀처럼 칠판에서 눈을 떠나지 않으신다.
노트에 필기 또한 질서 정연하게 잘 도 쓰신다. 어떤 분은 댁에 가셔서 복습을 하셨는지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부분에는 색깔 있는 펜으로 밑줄을 친 분들도 여러분 계신다.
한번은 수업을 하다 우연히 노트를 보게 된 적이 있다. 그런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말 잘 하셨어요? 댁에서도 공부 많이 하시나 봐요? 글씨도 잘 쓰셨고 필기도 구조적으로 잘 정리하셨네요. 참, 대단하셔요?” 하고 말씀드리면 “선생님, 죄송해요, 열심히 배울려고 노력은 하는 데 수업 끝나고 선생님이 가시면 다 잊어 버려요” 하며 어딘지 모르게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역하다.
듣고 있던 나는 “별 말씀을요? 그게 정상 이예요 만약 다 배운 것을 기억하시고 계시면 제가 여기 못 와요. 열심히 하시다보면 꿈을 이룰 수 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콩나물 키우시는 법아시지요? 제가 어릴 때 저의 어머니가 콩을 시루에 담아 보자기로 씌운 뒤 매일 아침이면 시루에 물을 주셨어요. 그런데 그물은 고여 있지 않고 구멍 난 시루를 통해 물이 다 새여 나갔어요. 하지만 얼마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그 시루에서 파란 콩나물이 자라는 것을 보아왔어요. 어쩌면 저랑 같이 공부하는 모든 분들도 다 그런 것 같아요.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무엇인가 남아있는 지식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오늘처럼 무더운 일기 속에서도 꿈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 아니겠어요? 맞아요?” “예” 하고 화답해 주신다. 시간이 갈수록 높은 학구열에 순간순간 감복을 한다. 아니 그 향학열은 존경을 넘어 위대하시다.
오늘은 마침 초복전날이라 그런지 저녁때가 되도 좀처럼 더위는 가라앉지 않는다.
일찍 장마가 끝나서 그런지 낮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덥다. 그런데 어느 한분이 집에서 준비해온 미숫가루라면서 차가운 물에 타서 대 여섯 분들에게 한 컵씩 나누어 주신다.
고맙다는 인사말을 서로 나누고는 시원한 미숫가루 한 컵을 마시니 이처럼 행복할 수가 없다. 그분은 오히려 계면쩍어 하시면서 날씨가 연일 더운데 수업하시는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께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어 집에서 조금의 미숫가루를 준비해왔다면서 죄송해요,
더 좋은 것으로 대접해 드려야 하는 데 하고 미안해 까지 하신다. 이것이 작은 배려가 아니고 무엇이랴.
무릇 배려란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주거나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마음을 써서 보살펴 주다라고 사전적 정의를 내리고 있다. 어쩌면 배려는 인간관계의 기본인지도 모른다.
배려가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의사를 수용할 수 가 없다. 그렇게 되면 소통 또한 할 수가 없다.
그렇다. 남을 위한 배려, 남을 기쁘게 해드리는 마음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요, 아주 거창한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의 관심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작은 실천으로 함께 하는 분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다.
나 중심에서 조금만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다면 오늘보다 우리의 삶은 더 웃을 수 있고 더 감사로 하루하루를 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시원한 미숫가루 한잔이 같이 공부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지금도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사랑의 명약, 그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다. 라고 역설한 고대 그리스의 희극 작가 메난드로스의 말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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