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외래교수

며칠 전 평소 이웃에서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던 아주머니께서 아침에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비보를 듣고는 한참동안 어안이 벙벙하였다.
얼마 전까지도 뵈었을 때 72세의 연세에 걸맞지 않게 새색시처럼 고운 얼굴이셨다.
그분은 항상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시며 남을 항상 배려하는 마음이 정말 아름다우셨다.
나는 이곳을 자주는 들리지는 못해도 친구들과 때로는 식사를 대접해야 할 손님이 계시면 우리는 그분이 경영하시는 한정식 집에 가곤했다.
그럴 때마다 반색을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이쿠, 이 교수님, 어서 오세요, 사모님도 잘 계시구요 참, 손주 녀석들도 잘 자라구요?” 하며 온 가족의 안부를 한 사람 한 사람 빠짐없이 챙기시곤 하셨다.
그런가하면 같이 운영하는 50대 아주머니도 “오셨어요? 언제 뵈도 정말 멋지셔요, 점점 더 젊어지시는 것 같아요. 언니도 잘 계시구요?” 하며 또한 안부를 물어주신다.
이런 정겨움이 배어있는 그 분들이시다.
그런데 큰 아주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니 말이다.
얼마 후에 나는 “여보, 글쎄 우리가 자주 들르는 그 아주머니가 오늘 아침 갑자기 돌아가셨다네?”
지금 연락이 왔다고 하니 안식구 역시 놀라는 표정으로 아니, “왜? 벌써 가시면 안 되는 데” 하며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짓고는 “여보, 우리 저녁때 문상가야지” 하며 묻는다.
나는 당연하지, “문상 가는 것은 가는데 너무 안 되셨어, 거참, 산다는 것이 별것 아니야, 그 짧은 삶을 살아오시면서 늘 손에 물마를 날이 없었지, 너무나 자상한 분이셨는데, 하기야 누구나 다 그렇지만 갈 날을 알면 그러겠는가 말 일세” 하며 나는 집을 나섰다.
저녁에 돌아와 안식구랑 같이 조문을 가서 영정사진을 뵈니 눈물이 앞을 막는다. 예를 표하고 상주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 후 늦게 돌아왔다.
문득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래도 잘 살다 떠났다고 애기를 들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지나온 삶이 부끄럽고 또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오늘의 삶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언젠가 우연히 민경호님이 쓴 자서전 쓰기로 찾는 행복이라는 제목의 책을 접한 적이 있다. 여기에 자서전쓰기는 무엇보다도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라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으로 진정으로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나는 왜 사는가?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나에게 숨어 있는 잠재력은 무엇인가? 나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동안 세상에 휘둘미며 살지는 않았나?
이와 같이 깊이 성찰하고 내면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서전쓰기는 인생의 중간 점검이다 라고도 했다.
즉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은 과거를 회고하면서 현재의 나를 들여다보는 재구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누구든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게 가장 현명한 것이고 좋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에 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고민을 많이 한다.
수학공식처럼 정답은 있을 수 없겠지만 신이 만약에 있다면 사람들에게는 각개인마다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선물로 주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재능을 열정과 부합시켜 발전해 나가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가지지도 못한 부분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고 성취를 하려고 한다면 결국 그런 부분들이 늘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과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늘 방황하며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무릎을 꿇게 된다.
현대 사회는 늘 이런 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함, 불면증 등등을 가지게 된다.
누구나 장례식장을 다녀오면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지며 자신을 반추해 보기도 한다.
나는 다가오는 아름다운 시간과 정열과 희망을 어떻게 갈무리하면서 살아 갈 것인가라고 말이다.
분명한 것은 인생을 산다는 것은 리허설이 아니며,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오늘뿐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 하루하루를 자서전 쓰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렇게 될 때 덜 후회스러운 발자국을 남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