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외래교수

며칠 전 지인이 오랫동안 허리가 아파 고생을 하다가 끝내 정형외과에서 척추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사랑하는 후배가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그리 밝지 못했다. 그동안 불편한 몸을 가지고 생활하시느라고 얼마나 힘들고 또한 아팠을까 또한 생각지 못한 교통사고로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 마음이 사뭇 나의 가슴을 저리어 오게 한다.
그래, 나는 두 병원에 위문을 가야 하겠지만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잘 아는 화원에 부탁해 예쁜 꽃에 ‘000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라는 글귀를 새겨 작은 마음을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화원의 사장님께서 아이쿠 선생님, 지난번에는 어느 회장님 축하 취임 꽃을 보내드리고 또 얼마 전에는 개업하는 분에게 축하의 꽃을 보내드리더니 이번에는 병문환차 위로의 꽃을 보내드리니 여전하시네요? 하며 걱정 반 축복반이 담겨있는 말씀을 하신다.
그러기에 나는 사장님, 그래도 제가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꽃 선물을 드릴 수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이 계시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하니 그 사장님도 맞아요,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해요,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좀 그렇잖아요? 하며 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어쩌면 주는 것은 행복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은 남을 위해 주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주는 것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주는 것에는 어떤 마법 같은 힘이 숨겨 있어서 행복해 지는 것일까?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나서 함께 나누어 보기로 한다.
첫째,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심한 고통을 느끼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쾌감을 낀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러너스 하이 (Runner's Higb') 라고 하는데 이것은 뇌에서 기분 좋은 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누군가를 도울 때도 이런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헬퍼스 하이 (Helper's Higb') 라고 한다. 이처럼 누군가를 돕는 행위는 본능적으로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둘째, 누군가에게 베풀면 우리는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다. 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을 실험실에 초청한 후 가장 먼저 얼마나 행복한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런 후에 사람들에게 봉투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는데 거기에는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있었다.
심리학자들은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이 돈을 전부 자기 자신을 위해 쓰시오 라고 지시했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돈을 전부 다른 사람을 위해 쓰시오 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돈을 다 사용한 후 오후 5시까지 실험실로 돌아오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실험실에 돌아온 후에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물어 보았다.
남을 위해 돈을 쓴 사람에 대해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난후에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면 나를 쓸모 있는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사람들은 날 위해 물건을 사는 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순간의 행복을 만들어 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런 행복은 매우 짧고 남을 위해 주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오래갑니다. 라고 말이다.
1970년 베트남 전쟁 때 일어난 일이다.
미국 선교사들이 운영하던 고아원에 폭탄이 떨어졌다. 한 소녀가 심하게 다쳤는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생명이 위독했다.
수혈을 위해 소녀와 혈액형이 같은 사람을 고아원 운영진에서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고아원 아이들을 모아 놓고 미국인 의사가 서툰 베트남어로 이 아이를 위해 피를 줄 사람없니? 손을 들어 다오 라고 요청했다.
잠시 후 한 소년이 손을 들었다. 다행히도 혈액형이 일치했다.
소년과 소녀를 나란히 눕히고 소년의 팔뚝에 주사바늘을 꽂자 소년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의사가 왜 우느냐고 물었지만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소년은 자신의 피 전부를 그 소녀에게 주는 줄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죽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동한 선교사가 그 소년에게 물었다. 죽을 줄 알면서 왜 손을 들었니? 소년이 소녀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얘는 내 친구니까요
그렇다. 행복은 나눔에 있다. 지금도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하는 말이 있다.
주는 것은 받는 것보다 행복하고,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아름다우며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헤르만 헤세이의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