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외래교수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뒤로하고 눈에 보이는 작은 것만 보고서 그것에 올인 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지나고 보면 후회스럽고 넓게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혹자가 말한 것처럼 아는 만큼 보여서 그런지 왠지 가슴을 시리게 한다.
그래서 장자(莊子)의 외물편(外物篇)에 보면 옛날 堯(요)임금은 許由(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했으나 허유는 달아나 받지 않았다.
殷(은)나라 湯王(탕왕)은 務光(무광)에게 나라를 주려고 했지만 무광은 화를 냈다.
紀他(기타)는 이 소식을 듣자 나라가 자기에게 돌아올까 겁이 나서 제자를 거느리고 관수가에 은거하고 말았다.
제후들은 3년 동안 사람을 보내어 기타를 위로했다.
이 유명한 구절에 뒤이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난 뒤에는 통발은 잊어버리고 만다(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나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말은 뜻을 나타내는데 쓰이기 때문에 뜻을 알고 나면 말은 잊어버리게 된다.
내 어찌 저 말을 잊은 사람을 만나서 그와 더불어 말할 수 있을꼬 장자는 '말을 잊은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 통발과 덫을 잊는다는 말을 전제했다.
장자가 말하는 '말을 잊은 사람'이란 말 같은 것은 잊어버려 그에 얽매이지 않는 참된 뜻을 깨달은 사람을 가리킨다.
이렇게 결론을 다른 데로 몰고 간 得魚忘筌(득어망전)을 글자 그대로 풀이해 보통 '일단 목적을 달성하면 수단으로 이용하던 물건을 잊어버린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사실 물고기는 먹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다.
통발이 있어야 고기를 계속해서 잡을 수 있다. 성과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도구를 훌륭한 것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생산적으로 유지하고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웬만큼 이뤄 놓았으니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당신이 이룩해 놓은 성과보다 당신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잡아놓은 고기의 양보다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미래의 풍요를 자우하기 때문이다.
성과에 매몰되어서는 인생의 다양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 일의 성과나 성공은 그곳에 빠뜨릴 만큼 매력적이어서 그 빛 속에 갇혀 외부세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도록 한다.
자신이 이룩해 놓은 것들에 빠져버리는 순간, 인간은 지금 가진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합리화하며 변화를 거부하면서 눈을 감고 마는 것이다.

일찍이 허당록(虛堂錄)에는 축록자불견산 확금자불견인 (逐鹿者不見山 攫金者不見人)이라고 했다.
사슴을 쫒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하고 돈을 움켜쥐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눈앞에 있는 것에 현혹되면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게 되듯이 돈이나 실적과 같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다보면 자신의 미래를 더욱 빛나게 해줄 생산적인 자기창조는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흔히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이 특정한 성과를 달성하고 나면 굉장한 일을 했다는 듯이 자랑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비슷한 일을 해 냈을 때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취한다.
부를 이루었거나 학문상 성취가 상당한 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질투심에 빠져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저 정도 돈을 모으려면 고생 엄청나게 했겠구먼, 그것 때문에 희생된 자기 청춘과 가족들의 생활은 오죽했을라구, 그러나 막상 자신이 이룩해 놓은 현재의 지위를 평가 할 때에는 그동안 자신이 희생시켰던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는다.
이처럼 성과에 의존해서 판단하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질투심이, 자신에 대해서는 오만함이 자신도 모르게 싹튼다.
모름지기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지금당장 눈앞에서 이루어 놓은 것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생산적이며 창의적이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우리는 지향하는 바를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것 말고 내가 하고 싶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을 향해 전심전력해야한다. 물론 쉽지 않는 일이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고 한번 확고해진 자신의 지향은 큰 힘을 발휘한다.
자신을 과거의 업적이 아닌 미래의 지향점으로 파악하는 것, 그것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