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외래교수

얼마 전 주말에 아내와 모처럼 산책도하고 봄의 향기도 맡을 겸 해서 가까운 리조트를 찾게 되었다.
차를 운전하며 파릇파릇 해가는 자연을 접하니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아 저절로 입가에 옛 노래가 흘러나왔다.
늘 상 보는 아파트와 도로포장 아스팔트가 어쩌면 우리의 삶을 더욱 단조롭고 고단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시외로 나오면 확 터진 드넓은 논과 밭 그리고 흙냄새를 맡으며 사뿐사뿐 걸을 수 있는 황토길을 마음껏 즐기며 가벼운 운동을 넘어 서로의 애정 어린 담소를 나눌 수 있으니 행복하기 그지없다.
옆에 있는 아내는 “여보, 여기오니까 시내공기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어느새 이처럼 식물들이 파릇파릇 해 졌어요, 저기 저 싹 봐요, 쑥 고개를 내밀고 올라오고 있잖아요. 추운 겨울에도 멀다하지 않고 참으며 내내 따스한 봄을 준비했나 봐요, 참, 자연은 신비해요, 우리는 자연한테 배울 것이 많아요, 인내하는 모습, 무엇인가 자신을 남을 위해 나누어주고 싶어하는 마음, 아니 자신의 몸까지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 정말 자연은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지만 우리의 스승이네요” 하며 집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감성이 절로 나오곤 했다.
속으로 아니, 6학년 5반인 아내에게도 저런 동심어린 감성이 있었단 말인가 하며 아내를 의심 할 정도로 마치 초등학생처럼 산책로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 야단이다.
"여보, 우리 시간 내서 자주 좀 나와요, 얼마나 좋아요, 서로 힐링도 하면서 말이예요" 하며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모습이다.
알았어, 내가 당신 말에 순종하리라 하며 약속해 주었다. 아내는 그래도 못 믿어 운지 "여보, 꼬옥 이예요" 하며 재차 다짐을 받곤한다.
"그래, 아참 알았다니까" 하고는 우리는 함께 황토길을 걸으며 젊었을 때 아름다운 추억의 강을 건너가고 있었다.
속으로 아내에게 무척 미안했다. 조금만 아내를 배려해 주었다면 이렇게까지 다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을 말이다.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오늘처럼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련만 뭐 그리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한 지난 시간들이 아쉽기만 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산책을 마치고 과일을 조금 사든 채 우리는 샤워를 하기위해 엘리베이터를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런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았다. 엘리베이터 역시 매우 비좁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타지 뭐하고 기다리려고 하는 데 어느 분이 "선생님 두 분도 함께 타세요" 하며 우리 내외를 초청해 준다. 그리고는 "몇 층 가세요?" 하며 물어오기에 "예, 3층입니다" 라고 답하니 그분이 알아서 3층을 눌러 주었다. 참으로 감사했다.
비좁은 데 함께 가는 것도 감사한테 손수 우리내외가 내릴 곳까지 눌러 주다니 고맙기 그지없었다. 물론 "선생님 참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는 드렸지만 이것이 삶의 행복이요, 살아가는 멋과 맛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여기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상대방을 존칭하여 쓰는 말의 일종이다. 어디 그뿐이리오 우리는 아침 출근 길 마다 발을 동동 그리며 조금이라도 빨리 사무실에 도착해야 하는 데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살며시 잠그려 할 때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선생님 어서 오세요 하며 문은 열고 기다려 주는 모습을 종종 경험할 때가 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는 하지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일로 인해 그 하루는 너무나 행복하다.
어쩌면 현대사회는 날이 갈수록 과학과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 하고 있어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마음껏 누리며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팽배해 짐에 따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그리 쉽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리더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서번트 리더십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나 혼자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하나 되어 함께 걸어갈 때 아름다워 지는 것이다.
진정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인간의 고귀한 품성의 하나이다.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세상의 아름다운 보은(報恩)의 이야기도 없었을 것이다.
옛날 말에 다른 사람이 큰 상처로 받는 고통이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당하는 괴로움이나 슬픔은 한없이 크지만 남이 받는 고통이나 어려움은 별로 크게 느낌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남을 위한 작은 배려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지금도 뇌리를 스치는 문구가 있다.
'마음을 자극하는 유일한 사랑의 영약은 진심에서 오는 배려다' 라고 역설한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시인 인 메난드로스 (Menandros)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