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외래교수

옛날 어느 나라에 아주 겸손한 임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지체 높은 임금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머리를 잘 숙여 온 국민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신하 한사람은 임금의 그런 행동은 권위 없는 행동이라며 말렸다.
“폐하! 사람의 신체 중에는 머리가 가장 소중한 것처럼 나라에서는 임금이 가장 귀하옵니다. 그런데도 지체 높으신 폐하께서 아무에게나 머리를 쉽게 숙이시면 신하들이나 백성들은 오히려 불편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차후에는 이를 삼가 주소서!”
임금은 신하의 이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서 그 신하를 불러, 미리 준비해둔 고양이 해골과, 말 해골과, 사람의 해골을 건네주며 이런 명령을 내렸다.
“이 세 개의 해골을 궁 밖으로 갖고 나가서 팔아 보시오.”
신하는 임금의 명령대로 그것들을 가지고 궁 밖으로 나와 팔기 시작했다.
고양이 해골이 맨 처음 팔렸다. 그것이 있으면 쥐가 없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말 해골이 팔렸다. 그것을 문에 매달아 놓으면 병이 사라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해골만은 쉽게 팔리지 않았다. 아무런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하는 마지막 남은 사람의 해골을 팔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민가를 돌아 다녔지만 아무도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았다.
오히려 미친 사람 취급을 하며 냉대를 했다. 결국 신하는 그것을 팔지 못한 채 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으며, 그런 신하를 보고 임금이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며칠 전 경은 내게 사람의 머리가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지금 보니, 고양이 머리나 말머리보다도 못하지 않소? 대체로 사람의 머리가 귀하다 함은, 그 머리에 간직된 생각이나 마음, 그리고 지식을 말하는 것이지 머리 자체는 아닌 것이오. 이제 그 사실을 알았으면 단순히 권위나 체면만 내세우지 말고 남에게 머리를 많이 숙이시오.”
임금의 충고에 신하가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처럼 겸손은 자신의 능력이나 장점을 떠벌리지 않고 상대가 느끼게끔 행동으로 보여주며 자만하지 않는 자세다.
하지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자기비하는 스스로 자신을 능력없는 사람이며 부족한 사람임을 들춰내는 것이다.
일례로 ‘저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실 아는 게 별로 없어요, 게다가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가진 것도 없어요, 그냥 저냥 직장생활이나 열심히 하려고 해요’
맞선을 보러간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선이나 면접 같은 중요한 자리가 아니더라도 처음 만난 사람들이나 이제 막 사이가 가까워지려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상대는 ‘너무 겸손하시네요’ 라는 말을 할지 모른다하지만 상대의 마음속에는 ‘저사람 정말 무능력한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하고 자신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란 생각이 쌓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의의로 우리주변에는 이처럼 필요이상으로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신은 능력도 어느 정도 있고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의지와 인내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늘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대다수는 마음씨는 선하겠지만 성격이 내성적이며 매사에 소극적인 편이다.
분명 겸손과 자기비하는 엄연히 구분된다. 대화를 할 때 겸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기비하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긍정적 사고를 갖고 적극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갖고 있고 어떤 능력이 있는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없으면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만들어가는 갈 것이고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가 가 중요할 뿐이다.
상대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해서 무작정 자신을 낮추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광고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과거의 경우 모나지 않고 겸손하며 늘 순응하는 태도의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선호되었다면 현대는 다르다.
무엇이든 자기만의 독특한 재능과 끼가 있거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 자신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을 선호 한다
그렇다. 지금까지 남들 앞에서 늘 자기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라면 이제는 더 이상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즉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비하는 자신에게서 자신감을 없애는 마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