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외래교수

어느 날 아랍의 유명작가 알리는 길버트, 마샤 두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세 사람이 산속을 지날 무렵 마샤가 발을 잘못 디뎌 절벽으로 떨어질 뻔 했는데 다행히 민첩한 길버트가 필사적으로 그의 옷소매를 끌어 당겨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감동한 마샤는 친구의 은혜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근처의 큰 바위에다 ‘모년 모월 모일 길버트가 마샤의 생명을 구하다’ 라는 글귀를 새겨 넣었다.
며칠 후 다시 길을 떠난 세사람은 강가에 도착했다. 먼 길을 걸어오느라 피곤이 쌓인 탓인지 신경이 예민해진 길버트와 마샤는 작은 일로 다툼을 벌였다.
급기야 화가 난 길버트가 마샤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뺨을 맞은 마샤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길버트에게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모래밭으로 달려가 모래위에 ‘모년 모월 모일 길버트가 마샤의 뺨을 때리다’ 라는 글귀를 적었다.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 알리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마샤에게 물었다.
“길버트가 목숨을 구해준일은 바위에 새기고 뺨을 때린 일은 모래위에 새긴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자 마샤가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길버트가 내 생명을 구해준일은 평생 감사하고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일이네, 하지만 그가 날 때린 일은 모래가 강물에 쓸려가는 것처럼 빨리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하거든” 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글은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다시금 음미해 볼수록 가슴을 저미어오게 한다.
참으로 어느덧 2016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해를 회고할 때 많은 사람들이 다사다난했다고들 한다.
때로는 너무 기뻐서 어린 아이처럼 누군가의 손을 잡고 펄쩍 펄쩍 뛰고 싶은 일들이 있는가하면 전혀 뜻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여 너무나 곤혹스러웠던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삶의 여정이 아니리오.
혹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이 모두가 평탄하다면 삶의 스릴(thrill)이 없다. 지나친 역설인지 모르지만 어찌됐든 우리의 삶의 여정은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을 지도 모른다.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좋았던 일들의 기억보다는 가슴에 상처를 받은 일들이 더 오래 남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또한 우리의 마음만 긍정적으로 바꾸면 모두가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진다.
사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살아있음에 감사한다면 이보다 더 감사하지 못할 것이 어디 있으랴
어쩌면 남을 용서하지 못함은 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함에서 오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용서! 말은 쉽지만 이처럼 어려운 것도 또한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서로 역지사지 하면서 행여나 그동안에 가슴속깊이 응어리진 것이 있었다면 넓은 마음으로 내 마음 용서의 그릇에 담아버리고 아주 감사했던 일만을 기억한들 어떠리. 어쩌면 이를 위해 창조주께서 우리에게 망각현상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올 한해도 저마다 아름다운 꿈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때로는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작은 일에도 티 없이 맑게 웃을 수 도 있었다.
이것이 행복인 것을 말이다. 결코 행복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요, 바로 내마음속에 있는 것을 우리는 먼 곳에서 찾으려고 방황을 할 때가 많이 있었다.
왜 그리 감사보다는 원망하고 불평하고 비난만 했는지 자신에게 한없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조금이라도 역지사지하는 마음만 있었다면 좀 더 넓은 포용심을 가지고 사랑을 조금 더 베풀 수 있었을 것을 말이다.
혹자는 시작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역설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작과 끝이 아름답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름답게 지나온 한해를 갈무리하고 더 밝은 내일의 비전을 바라보며 소망의 2017년 새해를 맞이하게 될 때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삶은 분명 활기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