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외래교수

“아침 일찍 눈을 떴습니다.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이었습니다.
부엌 한쪽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벌써부터 일어나서 밥을 짓고, 또 기도를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대학입시생을 둔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입니다.
나는 슬며시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말 시험을 잘 보리라 다짐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나도 모르게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척 하고 나와서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수능시험 날만 되면 유난히 날씨가 추워집니다. 찬바람이 유난히 두 뺨을 얼어붙게 했지만 시험장 입구에서부터 응원 나온 후배들을 보면서 훈훈한 인정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어머님께서 시험 날 아침에 자식을 위해 지어주신 밥이 100일 동안 밥을 지을 때마다 가장 좋은 온전한 쌀알들만을 골라서 모아 두었다가 지어주셨던 것입니다.
그때의 어머니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하고, 어려울 때마다 그때의 어머니 사랑을 생각하곤 합니다.“

이 글은 어느 수험생이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쓴 이야기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한다. 참으로 올해 수능시험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날을 위해서 우리자녀들은 얼마나 가슴을 조이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 왔는가 말이다. 각 교실마다 수능 일을 기준으로 적어놓는 D-며칠 이라는 숫자가 더욱 조바심을 내게 한다.
하루하루 그날이 다가올 때마다 수험생들의 마음속은 새까맣게 타들어만 간다.
어디 그뿐이랴 어쩌면 수험생을 둔 가정은 온 식구가 수험생인지도 모른다. 행여나 수험생인 자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할까봐 노심초사 걱정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능 모의고사 때면 함께 조바심을 내며 안절부절 했고 행여나 자녀의 얼굴빛이 그리 밝지 못하면 부모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안스러워 했다.
혹시 시험점수가 기대보다 덜 나와서 그런가 아니면 어디가 불편스러운가 하며 온갖 근심거리가 뇌리에서 사뭇 사라지지 않곤 했다.
이제 수능이 눈앞에 다가오니 수험생이 챙겨야 할 사항들도 많다.
학교마다 담임선생님들을 통하여 수없이 주의사항이 전달되었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남은 날들을 진지하게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각자의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한편 전에도 보면 길거리에 그들의 긴장을 풀어줄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즐비해질 것이다.
원하는 학교에 꼭 붙으라고 주는 엿, 잘 찍으라는 의미에서 도끼, 술술 잘 풀어라 휴지까지. 최근에는 더 실용적인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을 가만히 보면, 12년 넘는 배움의 시절이 단 하루 만에 평가받는 그 잔인한 날(?)을 조금이나마 유쾌하게 맞이하라는 격려인지도 모른다.
어디 그뿐이랴 수능 당일 날에는 더욱 진풍경이 벌어진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자녀가 시험을 보는 학교 문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자녀가 시험을 무사히 마쳤으면 하는 그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그러기에 부모가 수능시험을 보는 자녀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수험생 자녀들은 다가올 수능을 준비하기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겠지만 우리 수험생들은 훌륭히 감내하고 결실을 목전에 두고 있다.
누구에게나 삶의 과정에서 어려운 선택의 시간은 찾아온다. 그러기에 이제 두려움을 넘어서는 진정한 용기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원하는 성적을 얻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그리고 그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과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리고 싶다.
우리 모두 파이팅! 이라고 마음속으로 힘차게 외쳐본다. 해마다 수능, 그날이 오면 말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