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제천교육장.세명대외래교수 이 성 범

가을의 들녘이 황금물결로 춤을 추고 야산에 있는 밤나무의 알밤이 대지위에 나뒹굴 때면 왠지 자신도 모르게 벽에 걸려있는 달력으로 눈이 간다.
그런가하면 마음속으로는 무엇인가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인지 부쩍 조급함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삶의 여정 속에서 조금의 오해만 생겨도 당장 대면해야 하고, 따져 봐야하는 조급함으로 인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아름다운 인간관계마저 쉽게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다.
지나고 보면 조금의 시간만 지나도 얼마든지 스스로 해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 서둘렀는지 하는 후회마저 들곤 한다.
돌이켜보면 정말 우리는 너무나 분주한 삶의 여정을 지내 온 것 같다. 심지어 어떨 때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높고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구름마저도 쳐다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이처럼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입가에는 바쁘다, 바빠 라고 하는 말이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요즘의 인사의 화두는 안녕하셔요?, 얼마나 바쁘셔요? 라고 으레 수인사를 나누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삶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 빠른 사람은 빠른 대로 늦은 사람은 늦은 대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럼에도 대부분 삶의 속도는 자신도 모르게 빨라진다. 어쩌면 삶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행복도 멀어지게 될 수도 있음을 감지하지 못한 채 말이다.
불현 듯 혹자가 노래한 글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바쁘게 살았습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잡으려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바쁜 마음에 천천히 걷지를 못했습니다. 길을 갈 때도 종종걸음을 해야 했고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는 두 계단씩을 건너뛰어야 안심이 되었습니다.
생활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나중에는 애들에게 쫓기다보니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늦은 걸음이 도리어 어색하여 바쁘지 않는 데도 조바심을 내며 느긋함을 맛보지 못했습니다.
속도를 늦추니 볼 것도 너무 많았습니다. 하늘, 바람, 나무은 왜 그리 고운지요?‘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혹자는 이렇게 역설하기도 했다. ‘생각을 바꾸어라. 가던 길을 멈추고 노을 진 석양을 바라보며 감탄하기에 가장 적당한 순간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때이다.
나태가 아닌 창조적 게으름을 피워라. 느림과 여유를 누리다 보면 정말 부지런해야 할 때를 아는 지혜도 함께 생긴다.’ 라고 말이다.
참으로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하는 메시지들이다. 이제는 우리의 삶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무엇보디도 우리의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멈추어야한다.
길을 가다가 문득 맑고 드높은 파란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 들로 나아가 풍요로운 들판에 부는 바람을 맞는 여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어쩌면 내 삶의 속도를 높여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돌아보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가속할 때도 있어야 하지만 늦추거나 정지 할 때도 있어야 한다.
느리다는 것은 결코 인생의 실패가 아니다. 달팽이가 아무리 느리다고 해서 달팽이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오히려 우리는 너무 빨리 살아가다가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기 쉽다.
어쩌면 우리는 늘 무언가 바쁘게 좇기며 살아가다보니 빠른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약간의 시간이 남아도 느긋하게 즐길 수도 없고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오히려 무언가 불안하고 뒤처지는 느낌이 들 정도가 된 것 같다.
이에 파스칼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한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 고 말이다.
마치 소가 음식을 되새김질 하듯이 우리도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 삶의 목적, 존재이유를 되새겨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나 자신을 멈추어 세우고 진정한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지, 삶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은 아니지 진정한 자기자리에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조금은 풍요로워 질 것이다. 삶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