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인, 노인학대 등 흉흉한 소식으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고령화시대에 자식들은 먹고 살기 바빠 이 시대 노인들의 현재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고령의 병든 노모를 모시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평생을 살아온 오영희씨(여 61세, 제천)는 이런 사회에 귀감이 될 만하다.

8남매의 다섯째로 제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천 토박이인 그는, 형제들이 결혼하며 떠난 그 집에서 평생을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199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장례도 그녀가 치렀고 세 동생의 혼례도 그녀의 손으로 치렀다.

2004년 건강하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어린아이가 된 이후 13년 동안 그는 어머니의 대소변을 받고 욕창을 돌보며 지금껏 함께 지낸다.

오씨의 어머니는 22년생으로 올해 95세이다.

지난해 지역의 교회에서 그녀에게 ‘효녀상’ 이란 것을 주었을 때 그는 “효녀는 무슨... 자식이니 당연한 일이지요” 라며 겸손해 했다.

오영희씨는 열일곱에 법무사 사무실 사무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2009년 사무실이 폐업할 때까지 한자리에서 38년을 일했다.

몸에 배인 성실함과 낙천적인 성격의 오영희씨에게 지나온 삶은 그저 “잘 한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 수도 있었겠지요.
때론 등이 휜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연연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오가며 만난 다른 노인환자들이 부모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마음 아팠다는 그는 “자식이 부모 모시는 당연한 일이 기사거리가 되나”면서도 ‘부모로 자식으로,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사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