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취해버린 봄날 - 홍석하

화창한 봄날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땅위에 떨어진
아름다운 햇살 브스러기
농부가 깔고 앉아 마늘밭을 맨다
농부와 햇살이 서로 반갑다며
악수를 나눈다
넋 놓고 바라보던 내 가슴이
마구 뛴다
착해빠진 아내가
마당 가득 널린 햇살을
놋대야에 퍼담는다
남은 햇살 부스러기를
참새들이 주워먹는다
마루나무 위엔 까치가
집을 짓느라 법석이다.

원로시인 홍석하님의 ‘내가 취해버린 봄날’이라는 시다.
좀처럼 봄이 찾아 올 것 같지 않던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시인은 봄날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도 마치 동화한편을 읽는 듯, 동양화 한폭을 감상하는 듯 그려내고 있다.
봄이다.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