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로부터 어른들이 아기가 겨우 백 일을 지나면 ‘깎궁’, ‘돌이도리’, 작작궁, 얌얌쩝쩝 하고 ㄱ, ㄹ, ㅁ, ㅂ 등의 받침소리를 들려주며 길렀는데 이는 실로 어느 민족에게도 없는 우리만의 전통이다.

이를 대략 문자로써 풀이하면 깍궁은 각궁의 된소리로 각궁(覺弓)은 활을 잘 쏘는 위대한 동이(東夷)족의 후예임을 깨닫자는 말이요, 돌이도리(突異道理)는 우뚝이 다르게 자라 도리 아닌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뜻이며, 작작궁(作爵弓)은 활을 잘 쏘아 봉작을 받으라는 뜻도 되지만 봉작을 받아 궁실을 짓고 살라는 뜻이다.

얌얌쩝쩝은 원래 염염접접(厭厭接接)으로 만족하고 만족함이 이어지고 이어지라는 뜻이다.

여기에 더욱 묘한 것은 어른이 ‘깍궁’하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면 어느 아기나 다 크게 웃고 즐거워 한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우리는 갓난아기 때부터 입성(入聲)발음을 듣고 익히면서 자랐기 때문에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성음(聲音)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먼 옛날 사람들이 문자를 사용하기 전에는 성인(聖人)의 도(道)가 세상에 널리 전해질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문자가 없었던 시대에도 성인의 깊은 도와 가르침은 아름다운 풍속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유속(遺俗)이나 풍속(風俗)이 문자 창제의 기본이 되었고, 문자는 바로 성인의 도를 후세에 전하는 다리가 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성인의 도를 알기 위해서는 문자를 익혀야 하고 문자를 익히기 위해서는 문자가 지닌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문자가 지닌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문자를 소리 내어 읽는 발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그 발음은 한 글자를 한 소리로 읽어야 하며 읽을 때는 소리 기운과 입모양이 문자가 지닌 뜻과 일치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가히 정음(正音)이라 이를 수 있으며, 그래야 가히 ‘소리로써 문자를 그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언필칭 한자(漢字)라 이르고 있는 문자는 오직 우리만이 정음으로 읽고 있을 뿐이다.

다 같이 이 문자를 쓰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대만 등에서는 한 글자를 두 소리, 세 소리, 즉 복음으로 발음하는 글자가 많다.

뿐만 아니라 ㄱ, ㅁ, ㅂ 등의 받침이 있는 발음이 아예 없으며, ㄹ받침도 이자(二字)발음으로 진화한 ‘얼, 쯜, 쓸 등 몇 개의 음이 있을 뿐이다.

즉 ‘얼, 쯜, 쓸 등의 발음을 제외한 갈, 날, 달, 말, 발, 불 등등 무수한 받침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문자의 정음이 498음이나 되지만, 중국은 우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80여 성(聲) 뿐이다.

이 180여 소리를 사성(四聲)으로써 높이고, 낮추고, 이리 굴리고, 저리 돌려 400여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ㄱ, ㅁ, ㅂ 등의 받침 발음이 없기 때문에 문자로써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내기도 심히 어렵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소의 울음소리를 상징하는 소울 음자나 소울 모자가 있다, 우리는 이 두 글자를 한문으로 써놓고 음모 하고 크게 소리 내어 읽으면 글자 그대로 소 울음소리가 형상되지만 ㅁ 받침이 없는 중국인들은 이 두 글자를 ‘유어무어우’ 하고 다섯 소리로 읽기 때문에 아무리 큰소리로 목이 터져라 읽어도 전혀 소가 우는 소리의 형상이 되지 않는다.

돼지는 주둥이로 흙을 뒤져 땅속의 온갖 벌레를 찾아먹고 더덕, 마, 칡뿌리 등을 캐 먹는 놈이다. 그 때 주둥이에서 나오는 소리가 ‘굴’ ‘굴‘ 하는데 흙 뒤질 굴자는 바로 그러한 형상과 소리를 겸해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 글자를 한문으로 두 번 써서 ‘굴굴’ 하고 읽으면 그냥 돼지 흙 뒤지는 형상과 소리가 표현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인들은 이 글자를 ‘쿠’ 하고 발음하기 때문에 이 글자를 세 번, 네 번 써서 읽어도 돼지 흙 뒤지는 소리가 그려지지 않는다.

한글과 한자의 연관성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자는 동이족이 만든 우리민족 고유의 글자이다. 한글 역시 한문글자를 좀 더 보완하고 쉽게 쓰고자 해서 만들어진 글자가 아닐까?

-박문기 지음 정음正音 선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