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외래교수 이 성 범

만산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수를 놓아 마치 한 폭의 병풍을 둘러친 것 같다.
그런가하면 길가의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나부껴 춤을 추곤 하는 계절인 이 가을이야말로 어느 계절보다 책을 가까이 하가에 좋고 어느 계절보다 사색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그러기에 깊어가는 가을은 우리를 자못 성숙하게 만들곤 한다.
지난 7월 중순경 우리고장인 제천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 행복센터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작은 재능기부의 일환이지만 ‘행복한 인간관계’라는 주제로 9월부터 매주 화요일 두 시간동안 강의를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죄송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학식과 덕망이 높은 훌륭한 저명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작은 봉사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마침 첫 강의 시간이 도래했다. 떨리고 설레임에 긴장까지 했다.
마치 교단에 처음서는 선생님처럼 말이다. 그래도 겉으로는 태연한척 하면서 설레임을 안은 채 지난주 화요일 첫 시간 강의의 문을 열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소통의 수단인 말하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자칫 소홀해 지기 쉬운 경청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경청에 대해서 각자 서로의 의견을 진지하게 나누게 되었다.
그러자 어느새 우리는 쉽게 공감하게 되어 나 역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상대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은 소통의 문을 여는 중요한 방법인 동시에 어쩌면 대화의 예절이기도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경청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면 첫째, 대화가 즐겁다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서툴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 그 원인은 단순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나 뭔가를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서두를 잡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결말은 어떤 식으로 이끌어 낼지를 생각해두면 오히려 대화가 잘 풀리지 않는다.
만약 경청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대화를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야기를 충실하게 경청하고 일어서는 자리에서 “말씀을 나누게 되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라고 예의만 갖춘다면 상대방에게 충분히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알차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자신이 이야기를 주도한다면 상대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상대 말을 진지하게 경청해주면 들을수록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게 된다.
셋째, 상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이야기를 잘 경청하지도 않고 상대를 규정지어버리는 좋지 못한 습관이 간혹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실하게 이야기를 경청할수록 상대의 참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일찍이 카네기는 이렇게 역설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경청의 태도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나타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가운데 하나이다. 라고 말이다.
돌이켜 일선학교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무릇 상담자는 내담자의 말을 진지하게 잘 경청만 해줘도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호감을 갖고 마음에 있는 진실을 토해내어 내담자와 상담자간의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릇 행복한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자기의 입장만 말하는 입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경청하는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소통의 장은 넓어 질것이며 우리사회는 조금 더 많이 웃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