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신 ! 명량해협에 목숨을 걸다

명량해전에서의 이순신의 전장지휘모습이 비교적 적나라하게 적혀있는 난중일기의 일부분을 적어보면
『배 안의 장병들이 모두 서로 돌아보며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나는 장병들에게 알렸다. “적이 비록 1천척이라도 우리 배를 당하지 못할 것이다. 흔들리지 말고 진격하여 적에게 쏴라!” 여러 장수들을 돌아보자 멀찌감치 물러나 있으면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배를 돌려 중군장(中軍將) 미조항(지금이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 첨사 김응함(金應諴)의 배로 가서 김응함 의 목을 베어 매달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탄 배가 물러나면 여러 배들이 점점 더 물러설 것이다. 그리되면 적선이 접근하여 끝장이다. 호각을 불어 중군(中軍)에게 명령을 내리는 깃발과 장수들을 지휘하는 초요기를 세우게 했다. 그러자 중군장 미조항 첨사 김응함의 배가 내게로 다가오고, 거제현령 안위의 배가 다가왔다.

내가 배 위에 서서 말했다. “안위야.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한다고 어디 가서 살 것 같으냐?” 내 말을 듣고 안위가 서둘러 적진으로 돌진했다. 다시 김응함을 불러 “너는 중군장(中軍將)으로서 대장을 구하지 않으니 그 죄를 면할 수 있겠느냐? 당장 처형할 것이지만 전세가 급하므로 공을 세울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응함의 배가 적을 향해 돌진했다.』

생사(生死)를 건 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초전에는 일분수군이 숫적인 우세를 앞세워 승기(勝氣)를 잡는가 했지만 필사의 각오로 배수진을 친 이순신 함대가 점차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당시의 상황을 난중일기는 이렇게 적고 있다.

『적장이 거느리고 있는 배 3척을 지휘하며 안위의 배로 개미가 붙듯이 공격해 서로 배로 올라가려고 다투었다. 안위와 군사들은 죽기로써 결의하고 싸웠다. 힘이 모자라 밀렸다. 그때 내 배를 돌려 곧장 안위의 배 쪽으로 공격해 들어가며 총통과 화살을 빗발치듯 쏘았다. 적선 3척을 남김없이 쳐부수었다. 녹도만호 송여종과 평산포대장 정응두의 배도 다가와 협공하였다. 항복해온 왜인 준사(俊沙)는 안골포의 적진에서 투항해온 자이다. 내 배위에 있다가 바다에 빠져있는 적을 굽어보더니 “그림 무늬 놓은 붉은 비단옷을 입은 자가 바로 안골진에 있던 적장 마다시(馬多時, 또는 구루시마 미치후사)입니다.” 하고 말했다. 내가 군사에게 지시해서 갈구리로 낚아 올렸더니 군사가 펄쩍뛰면서 “정말 마다시입니다.”하고 말하였다. 곧바로 명령을 내어 처단한 다음 “이게 마다시다”하고 외쳤더니 적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우리 배들이 일제히 북을 올리며 전진하면서 지자포, 현자포 등을 쏘고, 화살을 빗발 같이 쏘았다. 그 소리가 산악을 울렸다. 적선 30여 척이 부서지자 마침내 적들이 물러났다. 다시는 우리 수군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실로 천행 중 다행이다. 물살이 험하고 외진 곳이라 진을 당시도(현재의 신안군 암태면)로 옮겼다』

이순신의 완승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조선수군에게 130여척의 일본함대가 대패하였으며 이순신은 적선 30여 척을 부쉈다고 하지만 여러 전황을 분석해보면 더 많은 숫자의 적선이 불에 타거나 파손되었을 것으로 추정 해 볼 수 있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