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수군! 울돌목 물길을 막아서다

정탐군으로부터 보고된 내용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본 배가 명량 해협을 통과해 우리진영으로 바로 오고 있다』는 보고였다.

드디어 바다에서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순신의 조선함대는 주력전선(戰船)인 판옥선 13척과 협선 32척이 전부였다.

이 13척의 전선도 참으로 어렵게 만들었다는 내용을 지난번 호에서 언급한바 있으며 영화『명량』에서는 조선함대가 12척으로 묘사되어 있으나 실제로 전라우수사로 새로 부임한 김억추가 한척을 더해 13척이었다.

일본함대는 각 사료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133척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나 일본과 일부 중국자료들을 고찰해보면 300여척이라는 자료도 찾아 볼 수 있다.

이순신은 담대하면서도 결연한 마음으로 명량해협에 일자진을 쳤다.

이날의 명량해협의 날씨는 유난히 물살이 거칠어서 명량해협의 운신의 폭이 좁았다.

그러나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수군을 몰살시키다 시피 한 일본함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무리 신출귀몰한 이순신이라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명량해협은 전남 진도와 해남군의 화원반도 사이에 있는 수로로써 길이가 약 2km 내외이고 가장 좁은 곳은 폭은 300m 정도다 .

조류는 하루 네 차례 6시간 간격으로 북서류와 남동류가 교차해서 흘렀다. 평균 수심은 20 ~ 30m 정도이고 조류의 속도는 남동류의 경우 최대 11.5노트의 속도다.

아울러 수 십리 밖에서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물이 울면서 돌아간다고 해서 ‘울돌목’이라 불렀다.

오도숙의 ‘상경해정기’에서는 한자(漢字)로 ‘울도항’이라 불러 목이 곧 항인 것을 알 수 있으며 해협의 형태는 유리병의 목이 좁아진 형태의 해로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일본수군은 다른 방도가 없었다.

칠천량의 승리로 사기가 충천해 있었고 워낙 비교가 되지 않는 전력이라 우습게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고 짧은 것은 대어보아야 하는 법이었다. 하물며 대상이 조선수군의 영웅! 이순신이었다.

죽을 각오로 물길을 막아선 조선함대와 승리에 도취되어 오만함이 한껏 배어있는 일본수군과는 전투에 임하는 자세가 틀렸다.

당시 조류는 오전 7시를 전후해 잠시 멎고 이후 북서류로 시작되어 일본함대가 해협을 통과 우수영 앞바다로 진출하기 용이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있었다.

이를 아는 일본수군은 7시 경에 해협입구 가까이에서 출발하였다.

이를 멀리서 관측하던 조선수군의 정탐군 의해 즉시 보고되었다. 조선수군은 한 시간 늦은 8시경에 전투준비를 마치고 바다로 나가 일자진을 쳤다. 13척의 배로 바다를 가로막은 것이다. 무모하기도 하였지만 담력과 필사의 각오가 아니면 절대 펼 칠 수 없는 작전이었다.